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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절룩거리다 마을버스처럼 달린다 스끼다시 내 인생

by 와락 201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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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피곤한 하루를 치맥으로 마무리 하고는 곯아떨어지고,

아이들은 뒤척거리다  팔베개(좌 시경, 우 시성)를 하고 잠이 들었다.

잠든 모습은 너무 예뻐. 몸을 조심히 틀어 팔을 빼어 내고,귀여운 엉덩이도 살짝 두들겨주고.

이 기분 좋은 뻐근함. 덕분에 내 팔은  점점 두꺼워지지만.

 

 

낮에 믹스커피와 아메리카노를 먹어서인지,

분기에 한 번씩 먹는 치맥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부엌장 깊숙히 남편이 아끼고 아껴놓은 발렌타인30년산을 바라만 보고,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테레비도 없는 우리 집

책을 넘기다, 트윗을 보다가, 

막 아무 이야기나 쏟아내고 싶은 생각에,

하지만 막상 또 이 시간에 전화 걸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이렇게 부엌테이블에 앉아 놋북을 키고 끄적거린다.

 

 

 

 

 

이사 온지 두 달 남짓

회사 일은 아직도 적응 중이고,

새로운 조직에 놀라워하며, 아- 그렇구나 를 연발하며, 찌질한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도 하고,

또 혼자 불끈거리며 버티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다.

다음 달 정도 되면, 지금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오늘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 내 인생'을 자동반복해가면서

숨죽여 따라 부른다.

 

아 정말

소맥을 부어 마시며, 큰 소리로 미친 듯 불러제끼고 싶구나

절룩거리네 정말. 스끼다시 내 인생, 나는 언제쯤 사시미가 되려나

 

갑자기 권모님이 '시경 어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라는 환청이 들리는 듯.

 

아 모르겠네.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그리고, 그 때 그 노래. 장기하가 노래하듯.

스끼다시 내 인생을  따라 부르니 많은 얼굴이 떠올라

노래방에서 분위기 깨는 신입이 못마땅한 그 분.

대체 이런 노래를 왜 부르는 거니, 이해 못하겠다던 당시 남친.

못이기는 척 속이 후련해지는 후렴구를 같이 불러주던 친구.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하나로 친해졌던 하얀마음

 

이제 그만 하려고 하는데

9와 숫자들이 그러네. 유예되었네 우리 꿈들은,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네

 

 

안되겠어 발렌타인을 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