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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남편이 서울로 올라간 이후로,
직접 회사까지 차를 몰고 출근하고 있다.
주차는 여전히 어렵고, 진땀이 나고 차선 바꿀 때 마다 심장이 콩닥거리지만
그래도 지금 또 주저주저하면 계속 하기 어려울 것이니, 비장하게 핸들을 잡는다.
아침에 두 애들을 깨워 밥 해 먹이고, 씻기고, 느닷없이 발레복을 입고 가겠다는 큰 아이와 실랑이 하다,
둘째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응가포스가 나오면 잠깐을 외치며 변기 위에 앉히고, 이리 저리 허둥대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두 아이를 어린이집 차에 태운다.
조급함이 얼굴에 그대로 씌여 있는지, 선생님들은 어서 들어가세요. 라며 되려 인사를.
두 아이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하는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황급히 올라와 난장판이 된 집을 정리하고 청소기 밀고 바로 출근. 얼굴에 화장은 했는지, 거울은 보지 말자.
네비가 알려준 길 대로 조심히 운전해 올라와 컴퓨터를 키고 점심, 그리고 지금 처럼 저녁 먹으러 구내식당에 내려가는 걸 제외하면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품의 문서만 보면서 키보드를 탁탁.
내가 이럴려고 제주 온 것은 아닌데,
조금만 옆을 보면, 한라산도 보이고, 중턱에 걸쳐진 구름도 보이고, 즐길 것들이 많은데,
여기서 또 이러고 있다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버티기. 그리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익숙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