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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한 번에 한 단어씩

by 와락 201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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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크쇼 진행자가 스티븐 킹에게 어떻게 글을 쓰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 번에 한 단어씩 쓰죠." 진행자는 그 대답에 당황했을지 모르지만, 스티븐 킹은 그 말을 농담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는 "한 페이지짜리 소품이든 <반지의 제왕> 삼부작 같은 대작이든 간에, 모든 작품은 한 번에 한 단어씩 써서 완성된다."는 소박한 원칙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   윤성희  '만약에? 왜? 과연? 중'




제주에 온지 삼일 후면 만 3개월이다. 

이제, 좀 적응이 되었을까 싶은데, 서울에 계신 시어머니는 수술을 하시게 되고, 가족 모두 마음을 졸이며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남편은 헤드헌터의 요청으로 큰 기대 없이 지원한 회사에서 '면접'을 보자고 급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당일치기로 올라갔고, 나는 계속 말 그대로 멘붕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게, 민폐를 끼치는게 끔찍하게 싫은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연이어 생기게 되어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 휴가를 쓰고,

내 고르지 않은 마음 상태 때문에,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게 될까봐 조심하고

혹시 나로 인해, 좋은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남편을 응원해 주면서도

-첨부터 이럴 생각이었으면 무리하게 내려오지 않았지 라는 속마음은 끝내 감추지 못하고-





다시 나를 돌아보고 있다.

어디서부터 꼬인걸까. 꼬인 게 아닌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어제 저녁 잠이 오지 않아, 하염없이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 야근중인 오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명한 그 친구는 유능한 상담사와 같이 우선 이야기를 잘 경청해 주고, 위로해 주고, 솔루션을 제시해 주었다.

한 번에 한 문제씩 생각하자.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불안함과 두려움에 어쩌지 못하는 모습은 나답지 않다며, 나는 잘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 

말미에는 이 모든 것도 주님이 예비하신 일일 거라며서 내 얄팍한 믿음의 강을 휘젓기 까지. 




한 번에 한 단어씩.

온 몸으로 하루 하루 써 나가고 있는 내 인생,

베스트셀러가 되진 않더라도 두 아이들과 스스로에게는 자랑스러운 작품이기를. 

그리고, 결론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듯이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