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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스페어타이어처럼

by 와락 201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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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길.

덜덜덜. 예사롭지 않은 소리가 들리니 운전대를 잡은 손에서부터 식은땀이 나온다.

길가에 세워두고 조심스레 내려서 살피니 앞쪽 타이어가 완전히 펑크나 버렸다. 

이런 젠장. 



왜 이럴 때 하필. 빨리 애 데리러 가야 하는 데. 

하이카를 부르고, 남편에게 연락하고, 회사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내니

애조로 달리다가 그리 되지 않은게 다행이란 말에 또 가슴이 철렁.

한 순간에 짜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하이카에 연락하고 차에 앉아 

아이들 봐주시는 분께 양해를 구하고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면서 멀뚱거리며 앉아있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약 3주째 매일 저녁 '숲속의 오로라 공주'를 읽으며 

'짜요짜요'를 한 개 더  먹겠다는 3살, 4살 아이와  계속 줄다리기를 하며

보내는 단조로운 나의 일상이, 무척이나 소중하구나. 




필립왕자가 괴물을 물리칠 때, 

시경이는 말아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가고

시성이는 코를 찡긋하며 '워. 워.~ '(괴물이 불을 뿜는 장면 흉내) 


신데렐라 요정 할머니가 '비비디바비디부' 외칠 때 

시경이는 같이 따라 하고 

시성이는 입술을 동그랗게 O자 모양으로 만들어 '부~' 하고 주문의 끝만 따라 하면

시경이는 그 모습이 재밌다고 아몬드 같은 눈을 반달을 만들어 꺄르르 꺄르르




지금 나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황금같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고 있다. 

 


타이어는 스페어로 교체하면 되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스페어가 되고 싶지도 않고 

혹여라도 그 아이들에게 스페어를(응?) 만들어 주고 싶지도 않다. 




영평동에 안개가 자욱하다.

자, 조심히 내려가야지.

오늘 밤에도  벨과 야수의 사랑 이야기를 읽어줘야 하니까. 




펑크난 타이어. 운전한지 한 달 만에 하이카 서비스 직원분들 2번이나 만나다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