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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8월의 데이트

by 와락 2014. 8. 17.

 

어린이집 방학에 내가 휴가를 미리 앞당겨 쓴 터라

남편 휴가 기간 동안 이틀간은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

고작 하루(실상은 반나절)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둘 만의 데이트를.

 

회사 단체 관람으로 본 겨울왕국 이후로 극장에 간 일이 없기 때문에

요즘 많이 본다는 '명량'을 보기로. 7년전에는 연간 개봉작 라인업을 꿰고 있었는데

이제는 개봉작을 관람할 수 있기만 해도 감사하다니.

 

 

 

회사 커피숍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서

가까운 영화관에 가서 영화표를 예매하고

남편이 호기롭게 팝콘을 사준다고 했으나 예의상 거절하고(한 번 더 물어봤으면 먹었을지도 모르나)

영화가 시작하자 뒷자리의 빈 커플석을 호시탐탐 노리다가 자리 옮기기.

최민식의 연기는 매우 훌륭하지만, 이순신 장군으로 보이진 않고.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가슴을 졸이고, 뻔하지만 뭉클해져 울컥하고.

 

 

그렇게 갈망하던 평일의 자유시간.

아이들 데려오기 전, 여유롭게 커피숍에라도 가서 책이라도 보자며

바람카페로 출발.

카페 화단에서 직접 딴 허브를 넣어 만든 모히토를 주문하고

여유롭게 책 읽기.

 

 

익숙한 선율이지만 제목은 알듯말듯한 클래식 배경음악.

'내 자리야' 라는 얼굴로  우리 주위를 맴돌며 갸르릉 거리는 검은 고양이.

쇼파 위 여러 색깔의 흐트러진 고양이 털.

로마인이야기 2권과 6권.

청량한 모히토. 달그락달그락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히는 소리.

'시경이보다 당신이 더 전이가 되지 않는 것 같아. 그만 생각해'

계속 아이들 걱정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를 염려하는 남편의 말.

돌아갈 시간, 아쉽지만 동시에 아이들을 남편과 함께 찾으러

간다는 것 만으로도 홀가분한 기분.

 

 

 

8월의 기억 한 편을 만들어 둔 것 같아 든든하다.

마치 오이피클을 여러 병 만들어 놓고 익기를 바라는 마음과 비슷하달까-_-

 

 

 

목구멍으로 쪼르르 내려가던 바람카페 무알콜 모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