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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결혼 7주년

by 와락 2015. 3. 9.

 

결혼한 지 만 7년이 되었다.
럭키세븐, 행운의 숫자 7.


설 연휴 다음 날이 결혼기념일.
친정엄마께 아이들을 맡기고 
하루 휴가를 내어 서울 시내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설 프로모션 상품으로 구매한 광진구에 있는 호텔로.
처음엔 W호텔인 줄 알고 반색했지만 아쉽게도 그 뒷편이라는.
하지만 그것도 어딘가.

 

주자매의 참견 없이 오붓하게 맥주 한 잔 하고
각자 하고 싶은 것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단 몇 시간의 여유라도 가질 수 있다는 기대 하나로
설 연휴가 끝나가길 기다렸다.

정말 이럴 때는 호흡이 척척.

(나중에 남편과 이야길 하다보니 호흡이 척척은 내 착각.

 남편이 거의 모든 준비를 하고 나는 뒤늦게 허둥거리며 내 짐만 겨우 챙겨 넣는다는)

뭐 그래도. 날이 날인만큼 늑장부리는 와이프에게 관대하다는.

 

 

짐을 풀고 저녁 메뉴를 골랐다.

남편님의 특별히 허한 초밥 메뉴. 평소 외식단가의 약 2배는 되어 보이나

오늘은 특별히. 를 몇 번이나 강조하며.

 

 

 

만 7년간 살고 있다.

만난지 6개월 후에 청혼을 받고

사귄지 1년이 되지 않아 결혼을 했다.

 

시댁 옥탑방에서 시부모님과 시이모님과  손주며느리의 존재조차 알아보지 못하시는 시할머니와도 살아보고

곱창 냄새가 진동하는 상가 주택으로 독립하여 시경이를 낳고

창문을 열면 담벼락이 보이는 빌라로 옮겨 시성이를 낳고

변화 무쌍한 제주의 하늘이 보이는 아파트에서도 살아보고

이제 우리는 오래 되고 낡아 난방이 잘 안되고, 문을 열면 하늘은 커녕 밋밋한 앞동이 보이며  

아래층 할아버지의 층간소음 클레임으로 온 가족이 노이로제 직전이긴 하나

40평대의 아파트로 옮겼다.

 

 

이 정도면 결혼 7년간 열심히 살아온게 아닌가.

누군가와 비교하면 끝도 없지만.

옥탑에서 시작한 우리가 이 정도면 감사할 일 아닌가 하며.

서로를 위해 축배.

 

 

물론, 나는 아직 남편이 청혼때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세계여행은 아마도 딸래미들 손을 잡고 갈 듯 하지만

언제가는 조만간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호텔 라운지에서 보이던 풍경. 황사라서 좀 아쉽긴 했지만.

 

 

 

이 나무 책상이 얼마나 갖고 싶던지. 물욕을 절제 할 수 없었던...

 

 

 

 

 

남편과 나란히 강을 보며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두런두런 커피 한 잔(공짜라고 좋다며 나는 두 잔)

 

 

 

이 정도면 7년간 잘 살아왔어요. 건-배.

산미구엘 생맥주. 지금도 쓰읍. 침이 고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