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둘째가 어느 날 얼굴에 김을 붙이고 다니며 어깨를 들썩이길래
내가 무심코 시봉이라고 불렀는데, 싱크로율 100%인 이름에 가족들 모두 깔깔대며
그 이후로 종종 시봉이라 부른다. 사랑이 가득 담긴 애칭이지만 정작 본인은 싫은 지
'힝. 그런 말 하지마. 그런 말 들으면 나 속상해'
라며 조그만 입을 삐죽거리고-
매달 교회와 어린이집에서 열리는 생일 파티 때마다 초조해 하며
자기 생일은 왜 겨울이냐고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격하게 울던 시봉이는
11월 부터 설레여 하기 시작했다.
5살 생일 파티를 하려면
밥도 씩씩하게 잘 먹어야 하고
아침에 일어나 울지 않고 어린이집에 가야 하고
양치 할 때 도망가지 말고, 떼쓰지 않고 옷도 잘 입어야 하고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것들을
오로지 생일 파티, 케이크 위에 나이 수 만큼 초를 꽂아 가족들의 박수를 받으며
후~ 하고 촛불을 끄는 세레모니를 위해서
11월 부터 21일간 성실히 지켰다.
경의 증언에 의하면
몇몇 행동은 다짐과 다르기도 하지만
그 정도면 시봉이에게는 최선이었으므로 눈 감아 주기로.
교회에서 전야제와 같이 11월 생일자들 파티를 하고
선물을 받자 입이 귀에 걸린 시봉이는
생일 전날인 금요일에 어린이집에서도 파티를 할거라고 말하자 대흥분(꺅!)
엘사 케익을 미리 주문해 두고는, 당일 아침에는 7시도 안되서 일어나
드레스를 입고 가겠다며 헤어스타일까지도 엘사처럼 해달라며(야!)
생일이 뭐라고
일년 내내 그날을 위해 기다려온 시봉이
오로지 촛불을 끄기 위해
21일간 성실하게 생일만을 생각하며
도망가고 싶을 때도, 밥 먹기 싫을 때도 참아온 시봉이.
대단한 집념의 소유자.
다섯 번째 생일 축하해.
어린이집 생일 파티. 엘사 케익과 깔맞춤을 위해 아침부터 얼마나 분주했던가.
백화점의 수 많은 케이크 앞에서 행복한 고민 끝에 선택한 토끼와 곰돌이 컵케이크.
생일 당일날에는 장염 증상으로 겨우 토끼 귀만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그토록 원하던 에버랜드에 입장하는 순간.
얼마나 신이 나던지 콧노래와 율동이 절로~~
시크릿쥬쥬 비행기를 탄 순간.
엄마 신이 나요. 정말 정말 정말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