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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함께

일곱 번째 생일

by 와락 2016. 5. 23.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면 

나는 내 딸과 나의 생일날에 시어머니 제사상을 준비했을 것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3년, 기일 아침 시누이와 통화를 하는데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적적하신 아버님에 대한 염려와 

가족들 저녁 모임에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을 들으며

시댁에서의 내 딸과 나의 위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5월 20일생 우리들은

거리낌없이 축하를 하고,받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아니 어쩌면 시댁에서는 쉽지 않겠구나. 





경이의 일곱 번째 생일

많은 육아서를 탐독하고 모유를 먹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처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성경 말씀 삼아 악착같이 유축을 해서 먹이고 까꿍 거리며 아이를 보고 웃고 안아주기 보다는

조금만 책과 달라도 왜 이럴까 싶어 인터넷을 검색하고, 좀 더 좋은 좀 더 값싼 육아용품을 구입하려고 애쓴 시간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이 최선이었는지는 뒤돌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 


그럼에도 경이는 잘 커주고 있다.


가끔은, 부모에게 너무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게 아닐까 싶어 안쓰럽기도 하다.


봉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무렵, 남편이 데리고 간 뷔페에서 경이가 음식을 먹고 체 한 적이 있다.

조리원에서 와서 나에게 다가오지 않고 머뭇거리던 모습. 

말도 제대로 못하고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음식을 먹고 탈이 난 것일테지. 

연년생으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제대로 어리광을 부리지 못하고 보낸 시간들이 축적이 되었고

아직도 순간순간 그런 감정들이 한 번에 분출되는 듯 하다. 


감정을 받아 주고, 공감하기까지 칠년 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사실, 지금도 내가 백퍼센트(꼭 백퍼센트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감'에 대해 이해가 된 것이냐 라고 물으면 '그렇진 않다'쪽에 가깝지만-

감정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고, 영혼 없이 끄덕거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일곱 살 경이의 꿈, 발레리나는 아직도 유효하다. 

어린이집에서는 여자친구들과 매일 미묘한 감정 대립을 하기도 하고 

집에 돌아올 때는 서로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확인한다. 

경이에게 관심을 갖는 남자 친구가 (아이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경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매우 억울해 하며 본인은 결혼 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동생과는 여전히 10분에 한 번 정도는 크게 싸운다. 

최근에는 봉이 말대답을 논리적으로 해서 감정 폭발이 심해지는데 

언니로서의 위계질서를 확립하고자 대단히 노력하고 있다. 



마법천자문과 터닝메카드에 푹 빠져 있고

어제는 무슨 말 끝에 '십년 감수했네' 라고 해서 한참 웃었다. 

다른 부분에 비해 숫자 감각은 좀 부족한데 남편은 경에게 

동전으로 덧셈, 뺄셈에 대해 한참 알려주다가 아이가 엉뚱한 답을 내놓자

책망하는 얼굴로 나를 약 3초간 바라보았다(아니 왜죠? 괜히 뜨끔)






경도 나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결핍으로 인해 시작한 공부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 역시 나의 욕심이겠지만 

회사일도 육아도 잘 하려고 애는 썼지만 서투르고 미숙해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그녀가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한 번 집중하면 엄청난 몰입을 하는 경선생.

최대 장점은 '근성'인데,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남편과 닮았다. 

여간해서는 중간에 '포기'란 없다. 



몇 번 수업을 지켜 보았지만

봉이 장난을 치고 말을 걸어서 잠깐 딴짓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수업에 임한다. 

본인이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너무도 진지하게 수업에 임해서, 마치 궁서체로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