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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2015년 12월 31일

by 와락 2016.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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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이 되어도 인생을 몰라요. 이게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하지.

인생이 처음 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 밖에 없고 아플 수 밖에 없고

어떻게 내가 계획을 할 수가 없어.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씩 내려 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 들면서 붙잡지 않는 것..

                                                                                                     - 배우 윤여정 - 



2015년의 마지막 날 아침.

출근하는 차 안에서 경이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물어본다. 

엄마 나 내일이면 7살이 되는거야?

옆자리 주시봉은 히잉. 난 싫은데. 라며 중얼거리고.


경이는 7살이 되는게 좋아?

응. 난 좋아. 엄마도 한 살 더 먹는게 좋아?

아니, 엄마는 별로 안좋아. (주시봉도 따라서 나도 안좋아)

봉. 너는 왜 6살이 되는게 좋지 않아?

히잉. 언니랑 같은 반 되고 싶은데, 언니는 7살 되면 갈대반 간단 말이야.



24시간 동생과 함께 있는 것 보다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경선생과 

언제 어디서나 언니와 함께 하고 싶은 시봉.




한 해의 마지막 날

담당자의 부재로 인해 불가피하게 내가 맡아 다음주 부터 바로 처리해야 할 일들을 기록해 보며

내 능력의 부족 때문인지, 성급하게 팀을 옮긴 결정 때문인 것인지 

혹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새로운 사람이 올 때 까지 덮어두고?) 

무리하게 욕심을 내는 것인지 따져보다가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노트를 덮었다. 

게다가, 며칠 전 파트회식에서 실수를 하여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아 내가 대체 왜..식은땀이...)

쌓였던 것이 제대로 풀지 못한 채 응어리가 되어 뿜어진 것 같은데 

결국에는 내 잘못이므로-

서른 다섯의 마지막 날도 나 자신을 탓하고 말았다. 




2015년 

시봉이는 마지막 날 저녁, 레스토랑에서 밥 먹다가 화장실에 가 응가를 밀어 내면서

6살이 되면 어떤 기분일까. 지금이랑 같은 기분일까. 아니면 다른걸까.

너무 언발란스 상황에 나는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모르겠고- 

마지막 한 덩이를 밀어내면서 크크큭 거린다. 

자리에 와 다시 앉아서는 쾌변으로 인해 홀가분한지 

5살에는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재밌고 그랬는데 6살은 어떨까라며 

봉골레 안에 들어 있는 조개를 손으로 까먹으며 15년을 회고한다.



격동 같은 5살을 지나, 한층 안정된 6살 인생을 보낸 경.

발레 손 동작과 자세는 보다 우아해졌고, 한글을 깨치고 난 후에 한 두 문장은 스스로 쓰기도 한다.  

가끔 퇴근 하는 길에 나에게 편지를 전해 주기도. 

어린이집에서도 어린 동생들을 케어하며(항상 따라다니는 시봉이와 함께)

짝수와 홀수의 차이를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이모가 만든 그림에 지대한 공헌(?)을 한 우리 경선생.

오키나와에 다시 가고 싶다는 시봉이와는 달리 속이 불편할 때마다 '오키나와에서 아팠던 것 처럼'

이라는 표현을 하는 우리 큰 딸. 경선생은 그저 7살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진심으로)



남편은 올 한해 회사 사람 보다는 체육인으로 살지 않았나 싶다.

1승 8패라는 놀라운 전적을 가지고도 절대 굴하지 않는 아저씨.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소신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장비탓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새로 나온 조던 농구화인가

무슨 선수가 신는 운동화로 바꾸겠다며. 




나는 충만한 서른 다섯을 보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쉽고 아쉽다.

윤여정님 말씀대로 처음 살아보는 것이니까. 

한 달간 안식휴가를 보냈고(효도도 하고 아이들도 돌보고)

팀 이동도 하여 업무의 답답함도 해소하고(진정 원했던 것인가라고 되돌아 보긴 하지만..)

남편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준비하여 그것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 해를 기점으로, 내년 부터는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어 기대도 된다. 




하나 뿐인 여동생의 올 한해는 그저 대다나다. 라고 밖에 할 수 없는데

공모전을 뚝딱 뚝딱 거리며 준비하더니, 당선이 되고 

그 후에도 혼자 출판사, 배본사, 충무로를 뛰어다니며

사업자를 내고 독립출판을 시작했다. 

12월이 지나기 직전 책이 발간되었고 이제 마케팅을 어찌 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






서른 여섯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계획대로 뜻대로 되지 않은 인생이 펼쳐지더라도

나 자신을 그만 탓하고, 감사하며 그저 까르르 거리는 시봉이처럼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사탕 먹는 연기 중인 주자매. 혼이 담겨 있다. 

내년에는 너희들 처럼 살아보련다. 숨길 수 없는 진정성. 




주자매가 어린이집에서 배워 온 카나페.   '세상에서 가장 귀한' 그림책 출간 기념 파티.

장소 : 우리집  /  제공 : 주서방 / 케이터링 : 주자매

시봉이는 먹기 바쁘고 대부분의 카나페는 주시경이 만들었음. 




외근 다녀 오는 길. 아련한 불빛에 마음이 흔들리고 

이렇게  또 한 살 나이 드는 것입니까. 

한 해가 너무 빠르게 간 것 같다고 하자 

엄마는 30대는 30킬로, 60대는 60킬로 속도로 지난다고 너도 늙어봐라...라고 하심. 시러요.싫단 말이에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