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말이야
먹고 살아가는 문제
돈을 번 친구들, 아이들 얘기
우리 참 달라졌구나
언제부턴가 말이야
농담에 숨어서 삼켜 버린 맘
술에 취해 서성대는 밤
그런 내가 익숙해져
그렇게 우린 변해가고
시간은 멋대로 흐르고
하나둘씩 떠나네
저 멀리 이사를 가고
돌아올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우린 행복해진 걸까
취한 밤 / 토이
토요일 점심 친구들을 초대했다.
남편은 짓궂게 묻곤 한다. 어떤 친구? 왜 이래 알면서.
아침에 청소를 하고 함께 먹을 점심도 준비했다. 메뉴는 연어 초밥.
가족들은 내가 호기롭게 새로운 음식을 준비한다고 하면
우선 말리고 보는 편인데 이번에도 다르진 않았다.
배합초를 만든다고 온 집안이 식초 냄새로 진동하자 불안해 했고
뒷짐지고 서 있다가도 ‘내가 이러려고 여기 있나 자괴감 들어’ 라는 얼굴로 어느덧 연어를 썰고 있었다.
동생은 나의 거친 호흡과 서투른 손놀림을 못참고 밥알을 쥐고 와사비를 묻히고 있었다.
나 홀로 미스터초밥왕에 빙의하여 전국대회 나갈 기세로 열심히 만들었지만
늘 의지와 계획대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
시경이를 동원하여 무순을 연어에 올리는 데코레이션도 잊지 않았다.
시중에서 파는 초밥과는 사뭇 다른 비주얼이긴 했지만 신선한 재료 덕분인지 맛은 좋았다.
밥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주자매는 거실 매트에 앉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연출해 주었다. 기특한 녀석들.
중간에 살며시 다가와 동영상이 보고 싶다고 소근거리긴 했지만 곧 이모 방으로 소환되어 한 시간 가까이 영상 시청...
덕분에 친구들과
회사 이야기 부터, 주식, 정치, 서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16년째 듣고 있는 각자의 지인들 근황,
부동산, 차, 여행, 마지막으로 우리는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로 마무리.
돌아보면
우리의 대화 주제는 전에 비할 수 없이 다양하고 풍요로워졌지만
헤어질 때는 아쉬움이 남는다.
왜 아쉬운건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예전 기억을 자꾸만 더듬고 복기 하는 나를 보며서
꼰대가 되는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과거를 미화하고 싶은 이 욕망은 무엇인가 궁금하다
변변치 않았지만 패기가 가득 했고
촌스러웠지만 순수했던 시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맘껏 소리내면서 웃고 떠들던 시간
시간이 멋대로 흘러버려
우리가 변한 것인가
아니 내가 변한 걸까
하루키는 귀의 노화를 막기 위해 전미 히트차트도 꼭 챙겨 듣는다지만
나는 울적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2006년도 노동요로 즐겨 들었던
M-Flo의 Miss You를 재생했다.
스물 여섯.
양재동 사옥에서 금요일 12시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마다 들었던 노래
디제이 플레이 더 뮤직 라우더 오네가이
힘들 때 서로 하소연 하고, 격렬하게 질투하기도 하고(질투는 주로 내 담당)
얼굴 주름도 모공의 크기도 지금과는 현저히 달랐던 이십대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은 유독 Miss You
미스터 초밥왕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었다.(마음만은)
주자매를 위해 케이크를 사다준 오양과 정지
덕분에 맛있는 소고기를 먹었다네 친구들이여
아쉽게도 한 잔으로 마무리
헤어질 때 이유 모를 아쉬움이 느껴진 것은 술을 제대로 먹지 못해 그런건 아닐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나란 여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