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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함께

여덟번째 생일

by 와락 2017. 7. 11.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 정현종 <방문객> 








5월 생일을 소박하게 보낸 경선생은 친구들과의 생일파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6월 예정이었으나 남자친구들의 축구 대회로 인해 두어 주 미뤄졌는데 무척 실망했었다는. 

분기별로 생일파티를 진행하는 터라 4월부터 6월생인 아이들 엄마 7명이 모여 

음식과 생일상차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았고..(?)  

분주하게 보낸 3주의 시간이 지나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토요일 오후 모든 일정이 끝! 


총무를 맡은 내가 추가비용 정산까지 마무리 하면서 경선생 일학년 생파가 종결되었는데 

3주간 준비로 어찌나 바삐 보냈던지(사전쓰기도 제대로 못하고, 비겁한 핑계지만)

가족들은 대체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열심이냐며.

결혼식 조차 (안할 수 있었으면) 하지 않으려 했던 나이기에 아이들 돌잔치도 스킵했었는데 

돌아보니 아이들을 위해 제대로 못해준 게 후회되어 경선생이 원한다면 하늘의 별을 따주진 못해도 

따라 그리고 오려 붙이는 것 까지는 힘닿는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회사에서 하던 것과 비교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나의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저 깊고 좁은 우물에 갇혀서 그곳이 전부인 것 처럼 생각하는 오만함.





누구 엄마의 이름으로 불리고 그 이름이 전부인듯 보이지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우주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 


생일파티가 끝이 나고 저녁 8시 뒷풀이에 모여 새벽 3시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보냈던 깊은 환대의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차려놓으니 별게 아닌 듯 해도, 많은 사연이 있었던 생일상차림.

관장님이 100회 이상 생파를 진행했지만 가장 예쁜 상이었다고 엄지 척.

사람은 변하지 않는 다고 여기서조차 인정욕구를 누르지 못하는 나란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