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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아직은 하수입니다만(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by 와락 2021. 11. 7.

 하수들의 삶은 복잡하다. 정신이 없다. 분주하다. 일이 일을 만들고 엉뚱한 사람과 만나 쓸데없이 일을 벌인다. 그들은 방향성도 목적도 없이 계속 움직인다. 집중하지 못한다. 약간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나타낸다. 백수가 과로사하는 격이다. 배우는 것도 목적도 없다. 명확하지 않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렵다.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걸리는 것도 따지는 것도 많다. 눈치도 많이 살핀다. 그야말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p104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한근태 > 

 

 

 

트위터 추천으로 우연히 알게 되어 읽게 된 책이다.

이 구절을 보면서 뜨끔뜨끔. 작가님이 요즘의 정신없는 나를 조용히 소환하신 것 같다. 

 

 

 

 고수들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하수들은 화를 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화를 내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다. 그런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독거노인이 되고 싶으면 자주 화를 내면 된다. 화를 자주 낸다는 것은 그만큼 당신이 미성숙하다는 증거다. 화는 상황에 대한 당신의 반응이다. 똑같은 일에 대해서도 상태에 따라 화가 나기도 하고, 나지 않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화를 낼까? 화를 낸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p 152

 

 

 

주자매는 집에 들어올 때마다 인상을 찌푸린 채 짜증을 달고 있는 나를 보며 한 마디씩 하는데

미안함이 들다가도 모든 걸 뒤로한 채 어디론가 숨고 싶은 기분이 든다. 

어머니가 안 계신 후로 아침과 저녁식사, 그리고 빨래 등의 가사, 틈나는 대로 주시봉의 전화와 그 밖의 밀려오는 것들에 

예전처럼 신속하게 피드백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답답하다.  

누군가 이런 고민을 털어 놓는다면

예의 그 공감 어린 말투와 시선으로(수련과정으로 통해 익히 학습된...)

'괜찮아, 잘하고 있어,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는 건 어떨까? 그리고 주위 자원을 활용한 시스템을 만들어 보면 어때?'

라고 했겠지만, 나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일까. 

 

솔직히 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내가 해 내길 바란다. 

'지금까지 잘해 왔잖아. 너는 할 수 있잖아? 안 그래?'  

남들한테는 '누구님, 이 정도면 충분해요. 애쓰셨어요.'라고 말하면서 

나에게는 늘 150% 이상 해내길 바라는 내가 참으로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내가 아주 그냥 못마땅하고... 양가 감정의 연속이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

심지어 엑셀도 다시 붙잡고 있고(결국, 일정 시기에 했어야 하는 것들은 뒤늦게라도 하게 되어 있다...)

내 자신도 매니지먼트가 안 되는 것 같지만, 매니지먼트 능력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다시 하나씩 올리고 쌓아가고 있는데

전에 비해 혼자만의 시간도 부족하고, 인풋도 예전 같지 않아 

탑 밑에서 하나 씩 빼서 올리는 기분이다. 숭숭 비어 가는 느낌. 

이럴 때는 아는 체하지 말고, 나는 모릅니다. 그래서 배우고 있습니다. 그저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하는 1학년 학생의 태도로

처음부터 읽고, 또 읽고, 배우는 수밖에 없는데...

맨 정신으로는 부끄러워 읽기 힘든 석사논문을 떠올려 본다. 

오류 투성이고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처럼 해석했다는 모교수님의 피드백에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들었던 기억도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새워 유튜브를 보며 spss를 돌리고 혼자 공부했던 기억은 오롯이 남아 있다.

(물론, 이 시기 상담 공부가 아니라, 그 열정으로 비트코인과 미국 주식을 공부했더라면 내 삶이 좀 달라져 있을지도... 꿀꺽)

 

 

고독은 하늘이 준 선물이다. 고독은 시련이 아닌 혜택이다. 고독은 중요한 문제를 생각하거나 일에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인간 정신의 잣대는 고독을 견디는 힘이다." 키에르케고르의 말이다.  p257

 

 

 

혼자 있는 시간의 확보가 우선인 것 같다. 

주자매가 아빠와 농구를 보러 간 일요일 오후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끄적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 말이다. 

 

 

 

 

고수하면 와호장룡의 이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