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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숨은 보물을 찾아봅시다

by 와락 2024. 1. 12.
마흔의 마음은 복잡하다.
인생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앞으로 펼쳐질 시간이 기대되기보다
늘 그렇듯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벌써부터 웬만한 일은 익숙해져서 재미가 없고 시시하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강용수 

 

 

 

 

금요일이다. 

한참 사업계획과 평가 면담 시즌이라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예전에는 팀장님이, 본부장님 나를 언제 부르시려나.

이번에는 쥐꼬리 같던 연봉이 좀 오르려나.

미어캣처럼 목을 빼고 두리번거리면서 기다렸던 듯싶다.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어필하면서 동시에 억울함, 동료에 대한 시기와 질투심을 드러내며

본인의 부족함을 한껏 드러내던 시간이 생각나며 화끈거린다(모지라던 예전의 나님이여. 부끄럽다 부끄러워)

 

"실행보다 전략을 좀 더 고민하면 좋겠어요"

3개월 남짓 일했는데 나를 파악하신 듯, 우아하게 말씀하셨던 팀장님이 떠오른다.

동생과 창업을 하시고 멋지게 사업을 펼치시던 중이었는데, 급작스러운 병으로 돌아가셨다.

조용하게 상을 치른다고 해서 마지막 가시는 길도 보지 못했고 마음속으로만 기도했었다. 

 

"습자지 같아요. 못해도 하는 척. 마케터란 말이야.

자고로 '척도 해야지' 척하다 보면 진짜가 되기도 하고"

습자지 같다고 혼내면서 어르고 달래시던 팀장님도 생각난다.

 

 

이제 나도 같이 일하는 멤버들을 평가도 하고 피드백도 주고 있다.

그들도 예전의 나처럼 평가 면담을 기대하려나.

 

 

점점 익숙해지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회사 생활에 기대감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 

부족한 부분을 먼저 보고 비난을 하는 것은 본능이고

잘한 점, 강점을 찾고 칭찬하는 것은 재능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봤다.

 

 

어릴 때부터 제일 못하던 게(지금이라도 크게 다르진 않다만)

숨은 그림 찾기랑 보물 찾기였다. 

 

초등학교 시절(라떼는 국민학교) 소풍은 매번 바닷가 근처에 갔었다.

어느 해인가 기억은 가물한데 아버지가 같이 따라가셨다. 

여느 때처럼 소풍의 하이라이트 보물찾기 시간이 되었고

나는 보물(종이쪽지)을 못 찾아 울고 있었다.

아버지가 도시락 드시다가 우리 딸 왜 우냐고 성을 내시며

(아버지가 성을 내는 건 애정의 다른 표현이었던 듯)

직접 찾아주신 기억이 난다. 

 

 

아마 나는 성을 내며 직접 찾아주기까지는 어려울 듯싶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니까. 

 

노화로 점점 눈과 귀가 점점 침침하고 어두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지금은 숨어 있는 걸로 예상되는

동료의 보물 같은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한다. 

탐험하는 마음으로 1분기를 시작해 본다(꽤나 비장하다)

 

 

요즘 점심은 혼자 먹고 남는 시간에 책도 읽고 끄적거리기도 하고 여유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