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바로 자신 때문에 지금 여기에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당신의 모든 현실과 미래는 당신 자신에 달려 있다. 현재의 삶은 당신의 선택, 결정, 행동의 총체적 결과다. 따라서 행동을 바꿈으로써 당신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당신은 이루고 싶어 하는 미래와 삶, 추구하는 가치에 보다 더 필요한 새로운 선택과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백만불짜리 습관 /브라이언 트레이스
감귤마라톤 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호기롭게 풀마라톤을 뛰겠다며 선언하고 대회 응모한 후 20km 이상 달리지 못해 초조했다. 그래서 주말 토요일 아침,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장거리를 뛰어보기로 했다.
목표는 집에서 회사까지 15km 1차 목표
회사에서 물을 마시고 초콜릿을 하나 먹은 후 다시 집으로 되돌아오기 15km 도합 30km
만약, 중간에 도저히 달리기 힘들다 생각되면 주저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로켓배송으로 주문한 눈 밑 기미 가리기 패치도 붙였다. 볼썽 사났지만 가을 햇볕에 연일 파티 파티를 외치며 피부장막을 뚫고 올라오는 그들을 잠재워야 했다. 지난 번 데카트론에서 구매한 감귤색 모자도 쓰고 룰루레몬 쇼츠와 뉴발란스 주황색 운동화를 매치하고 거울 앞에 서 본다. 참으로 민망할 나름이다. 그래도 결의를 다짐하고 애플워치 ‘실외달리기’를 눌러본다.
오전 일찍 나가기로 한 계획이 지연되어 11시쯤 출발했다. 햇볕이 중천에 떠 있다. 자외선 차단제를 흠뻑 발랐지만 반팔 티 밑으로 나온 팔과 목덜미는 지켜주지 못할 것 같다. 토시를 입어볼까 너무 꼴사나울 것 같아 참았다. 아무도 보지 않을거라는 것은 알지만 아직 자외선 차단 팔토시까지는 용납할 수 없다. 아마 50대가 되면 시도할지도.
8km지점에서 회사에서 샘플로 받아온 에너지 영양제를 먹었다. 지난 번 동료가 선물로 준 애플 어쩌고 에너지영양제보다 맛이 덜하다. 그래도 먹고 나서 플라시보 효과이지 아님 진짜인지 아까보다 힘이 솟았다. 좀 더 달려본다. 탄천 옆 길로 마라톤 대회를 위해 준비하는 러너들이 속속 보인다. 빠르고 시원하게 달리는 그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즐겁게 달리시기를.
중간 중간 탄천 다리 공사를 하고 있어 길이 꼬이기도 했다. 13km지점에서는 햇볕이 뜨거워 잠시 쉬다 갈까 고민도 했지만 2km만 더 가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으니 참기로 한다.
지난 번 석촌호수 달릴 때 영상과 사진을 찍느라 달리기를 자주 멈추었더니 리듬이 깨져서 힘이 들었다. 그래서 핸드폰은 러닝벨트에서 꺼내지 않고 꾸준히 달렸다.
드디어 회사 도착.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오고 손을 씻는다. 바짝 입술이 말라있다. 물로 씻어내고 회사 정수기에서 냉수를 받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사무실에 있던 오예스를 하나 꺼내 먹는 중 주말에 일하러 나오던 동료가 무슨 소리인가 싶어 나와본다. 얼굴을 반쯤 가리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그 동료는 곧 있을 JTBC 마라톤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 숨 쉬고 다시 채비를 한 후 달리기 시작했다. 되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야채 음료를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21km 지점 다리 밑에서 잠시 앉아 순식간에 마셨다.
힘을 내어 다시 뛰려는데 너무 뜨겁다. 반대로 가면 그늘이 좀 나오는 것 같아 돌다리를 건넜다.
이리 저리 비켜보았지만 햇님을 피하기는 어려운 일.
한 24km 지점부터는 자 이제 1km만 더 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뛰었다.
27km 지점부터는 왼쪽 발바닥이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 안남았어 힘을 내주오. 근육들에게 사정해 본다. 다행히 무릎과 종아리는 별 말이 없다.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다하는 중이다.
드디어 30km 지점, 막판 500m 부터는 집에 올라오는 길이라 살살 걷기도 했지만 드디어 대망의 장거리를 달렸다. 긴 거리를 뛰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다.
2년 전, 3km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렸을 때 뿌듯하고 기뻤던 일이 생각난다.
회사 일, 가족, 경제 상태 등 내가 통제 할 수 없는 외적요인에 휘둘려 살아 가는 중에 유일하게 내 판단에 따라(달릴 것인가, 쉴 거인가, 얼마나 뛸 것인가) 결정을 내리고 결과 값 또한 투명한 것이 달리기이다.
달리기라는 취미가 생겨
그리고 그걸 수행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힘을 얻는 마흔 중반의 가을이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33km를 달려봐야겠다.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