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쓰는 것은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투명한 작업이다. ‘나는 그렇다’라고 나 스스로 자백하고 진술하는 것이다 - <김미경의 딥마인드>, 김미경
나는 왜 꾸준하지 못할까.
그래도 달리기랑 근력운동은 계속 하고 있는 거지. 에헴.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하며 이야기 하니 코웃음 치며 남편이 신혼 초 이야기를 꺼낸다.
내가 검도를 배우겠다며 거금을 들여 장비까지 구매한 후 (깊은 고심 없이) 얼마 있다 그만두면서 호구를 비롯한 장비를 도장에서 가져오지도 않는 모습을 보며 진짜 ‘호구’가 여기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잊고 있던 기억 구슬을 기어이 꺼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검도를 아주 잠깐 배웠다. 그만 둔 이유는 다른 것도 아니고 검도장의 냄새(열심히 땀 흘린.. 흔적들. 장비며 마룻바닥.도복까지)를 결국 못견디고 그만 두었다. 지하에 있던 그 검도장만의 문제였는지 다른 곳도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 역한 냄새가 떠오를 지경이다. 멋지고 좋은 운동인데 나에게는 잘못 매핑된 사례.
어릴 때 부터 좀 배우다 그만 둔 목록들을 리스트업 해보자면 한 바닥이지만 그나마 피아노는 6년 가량 배웠다. 건반위에 손을 올리면 모자르트 소나타 도입부만 겨우 칠 수 있을 정도이고 악보를 봐도 콩나물로만 읽힌다.
밥벌이를 제외하고 꾸준한 건 이 블로그 인 것 같다. 자주 방치해 두지만 가끔 자판을 두드려 뭐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변비에 걸린 것처럼 답답하다.
내 밑바닥을 드러내고 생각을 정리하고 내 기대와 그렇지 못한 상황의 격차를 들여다 본다. 그 과정이 반성일 수도 있고 후회일 수도 있다.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격려한다.
나다움은 무엇인가.
이 담벼락의 낙서처럼 씌여진 글들을 다시금 읽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