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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2

나의 구원자들과 함께 보내는 7월 아로니아 원액을 1/3쯤 따른 후 물과 얼음을 넣고 찻숟가락으로 휘휘 젓는다.달그락 거리는 얼음소리만 들어도 더위가 가시는 듯. 헬로키티가 그려진 아이들 접시에 받쳐 들고 작은 방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맛은 없지만 눈이 좋아진다고 하길래 생각 날 때 마다 물에 희석해 마시는 중이다. 경선생 오늘 컨디션은 나쁘지 않음이다. 마중나가면 뛰어도 되냐고 물은 후 내 손을 뿌리치고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힘차게 달린다. 오늘은 유독 빨리 가길래 이유를 물으니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집에 와서 오늘 처음 신은 덧신을 직접 빨게 하고, 전에 만들어 놓은 베지밀 아이스크림을 주니 맛있게도 먹는다. 오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보며 눈을 반짝이기도 하고. 여러 권을 골라와도 손에 먼저 든 책은 주로 옛이야기 .. 2017. 7. 18.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기이다. 사실, 난 여행기는 그닥 즐겨 읽지 않는데. 그의 다른 여행기들도 읽지 않았고. '시칠리아'가 주는 묘한 기대감에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그가 상상했던 대로, 따사로운 햇볕과 사이프러스, 잔잔한 지중해, 언덕 위의 올리브 나무 신선한 와인과 맛있는 파스타... 마흔의 나이에 아쉬울 것이 없는 환경- 잘 나가는 소설가이자 국립예술대학교 교수,라디오 문화프로그램 진행자- 누구나 부러워 할 위치였지만, 그것이 자유로운 영혼인 그를 숨막히게 했다고 한다. "저주의 대가로 월급과 연금을 보장받고 꽤 쏠쏠한 출연료를 받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뒤통수 어딘가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기분이었다. 쉬익쉬익, 기분 나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모든 걸 훌훌 털고 아내와 시칠리아로 향하는 그를 .. 2010.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