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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나의 구원자들과 함께 보내는 7월

by 와락 2017. 7. 18.

아로니아 원액을 1/3쯤 따른 후 물과 얼음을 넣고 찻숟가락으로 휘휘 젓는다.

달그락 거리는 얼음소리만 들어도 더위가 가시는 듯. 헬로키티가 그려진 아이들 접시에 받쳐 들고 

작은 방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맛은 없지만 눈이 좋아진다고 하길래 생각 날 때 마다 물에 희석해 마시는 중이다. 



경선생 오늘 컨디션은 나쁘지 않음이다. 

마중나가면 뛰어도 되냐고 물은 후 내 손을 뿌리치고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힘차게 달린다. 

오늘은 유독 빨리 가길래 이유를 물으니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집에 와서 오늘 처음 신은 덧신을 직접 빨게 하고, 전에 만들어 놓은 베지밀 아이스크림을 주니 맛있게도 먹는다. 

오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보며 눈을 반짝이기도 하고. 

여러 권을 골라와도 손에 먼저 든 책은 주로 옛이야기 중심이다.



아이가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는 사이 냉동 크랜베리와 우유, 올리고당을 넣고 믹서기에 갈아 스무디를 만든다. 

믹서기를 돌리려다 밑에 부분 조절을 잘못해서 엎지르기도 했다. 다행히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대부분은 구출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허술함은 언제나 나와 함께 한다. 

한 잔은 아이에게 주고 나머지는 경선생이 직접 막대 아이스크림 통에 담게 한 후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아이 옆에서 상에다 사전과 노트를 펴 놓고 단어들을 따라 쓰기 시작했다. 

'경선생, 엄마가 지금 B를 하고 있는 중이야. Z까지 하려면 어서 써야 겠지'

나의 말에 경선생은 '엄마 그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나 처럼 한 단어, 두 단어, 이런식으로 늘려가는 것은 어떨까'


아이 보기에도 무식한 방법인가 보다. 그래도 결심은 했으니 하고야 말테다. 





봉이는 어제 '인종차별'에 대해 물었다. 

인종차별이 왜 시작 되었는지, 그럼 이제 차별은 다 없어진 것인지. 

그렇지 않다고 하니 사람이 사람을 왜 차별하는 것인지 이유를 묻는데 막상 설명을 하려니 막막했다.

엄마가 운전 중이니 우리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자 하고 얼버무렸는데 

언제까지 '다음에'로 미룰 수 없을테니 준비를 해야겠구나 하고 다짐만 하고 있다. (다짐만 10번 이상 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경선생 깨우고, 먹이고, 준비시켜 등교하는 모습을 베란다에서 지켜 본 후 

겨울 덧신을 꺼내 신고 세계지도를 보면서 미국은 어디에 있나요~ 여기에 있네요. 

뒹굴거리며 노래 부르는 봉이를 일으켜 어린이집까지 데려다 준 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린다. 

우리 4인가족이 빌릴 수 있는 책이 총 28권인데, 아이들 책은 무거워서 카트가 없으면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차 트렁크를 열어 넣었다 빼는 것도 꽤 손목과 허리에 무리가 간다. 

그래도 나의 가장 소중한 임무라고 생각하고 성실하게 책셔틀에 임하고 있다. 

골라온 책들을 즐겁게 읽으며 취향이 생기는 주자매의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면서.




휴직비용도 들어왔겠다(금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만)

신작 소설들을 바라만 보고 주문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내가 안타까워

보관함에 담겨 놓은 50여권의 책 중에서 엄선해서 5만원 한도를 채워 결제했다. 



한 권씩 아껴가며 읽는 중이다. 

17년도 7월, 무더위와 장마에 지친 나에게 온 구원자들이여. 





어린이책 읽는 법은 받자마자 게걸스럽게 읽어 버렸다. 저자가 운영하는 독서교실에 주자매를 보내고 싶다.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는 목사님의 설교가 전과 같지 않다는 나에게 바로 보내주신 책. 

버지니아 울프는 민음사에서 에쁘게 다시 나왔다.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어 꼼꼼히 보고 있는 중이다. 

김영하 신작은 한 편씩 아껴가며 읽는 중인데 '아이를 찾습니다'는 너무 먹먹해서 계속 떠오른다.  

김애란의 책은 아직 첫장도 열지 않았다. 제일 마지막에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