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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곧 짝사랑이 더 깊어질 날이 올테니

by 와락 2017. 7. 4.


   아이들이 자라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곧 엄마의 짝사랑이 더 깊어질 날이 올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를 위해 책을 주문하고, 책을 읽는다. 

  끝나지 않은 나의 인생을 위해, 아이들과의 쉼 없는 소통을 위해. 그 한 가닥을 신나게 붙잡고 있다. 

                                                                                                          강백향, <읽어주며 키우며>  





6월 한 달여간 아이들이 읽은 한글책 기록을 보니 시봉이는 만 페이지가 넘었고, 경선생은 9천페이지 정도이다. 

일주일에 3회 정도, 도서관 3곳을 돌며 남편이 친히 사준 접이식 쇼핑카트를 끌고 대출반납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새 지난다.

한 손에  리스트를 들고 비슷한 모양의 쇼핑카트를 끌며 도서실을 돌아다니는 엄마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그 집 아이는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지난 번에는 유아실에서 책을 빌리려다 근처 영어유치원에서 단체로 온 아이들이 챕터북을 쏼라쏼라 읽는 모습을 보고

이제 겨우 더듬더듬 sight word를 읽는 주자매가 떠올라 막 혼자 비교하다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뭐 잘하나. 나부터 좀 잘 하자.




휴직을 했기 때문에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이 초반에는 심했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없어졌다고는 볼 수 없지만. 대체 그 결과물은 무엇인지. 

어쩌면 이렇게 장강명 책의 한 구절 대로

 '가난한 집 딸의 자세를 아직 떨쳐내지 못하고, 늘 본전을 생각하는 습관이 몸속 깊이 배어 있는' 것일까. 





엄마가 개입을 해서라도 아이의 친구 관계를 넓히고 

편중된 독서 카테고리도 확장하고, 중간 중간 아이와 체험 학습도 하고 

숙제도 같이 봐 주면서 부족한 게 무엇인지도 같이 알아보고. 


계속 시행착오 중이긴 한데 집에 있게 된지 3개월째에 접어 드는 지금.

줄어드는 통장 잔액을 볼 때마다 불안감이 올라오지만 

매일 오후  마중 나가서 둘이 손 잡고 집에 돌아오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을 때면 

(짝꿍이 바뀐 이야기. 선생님이 콩쥐가 왜 울었을까 물으며 한 친구에게 왜 울었니 라고 물었는데

저 안 울었는데요. 라고 해서 반 아이들이 모두 까르르 배꼽잡고 웃었다는)

아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렴.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얼마 전 페파피그를 재밌게 보고 난 시봉이가 

'엄마 페파피그 가족이 부러워. 우리 가족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 라고 이야기 했다. 

어떤 게 그렇게 부러워 라고 물으니. 항상 웃으면서 신나한다고.

언니도 그렇게 페파처럼 웃었으면 좋겠다고. 그럼 너는 조지니? 라고 하니 sn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