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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일년 후에 만나요.

by 와락 2017.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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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과거의 나를 참을성 있게 키워준 '회사'라는 것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언제 내게 상처 줄지 알 수 없는 무서운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갈등'은 앞으로 10년 이상, 점점 더 격렬해질 게 뻔했고요.

그런 공포를 나는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나... 그리고 회사에 패했을 때, 나는 대체 어떻게 될까... "

                                                                      - 퇴사하겠습니다. / 이나가키 에미코 






4월 마지막 금요일 

아이들 도서관용 카트까지 회사에 가져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분기별로 층별 이동을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짐들은 버렸지만 그래도 박스 하나 정도 수준은 된다. 

분주하게 정리하는 나를 보고 동료가 말했다. 뒷모습도 즐거워 보인다고. 

나도 모르게 온 몸에 '나 지금 쫌 씐나잖아'를 뿜어내고 있었던 듯



고작 일년 간의 휴직이지만 퇴사를 하는 사람 처럼

모든 장비를 반납하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잘 지내세요. 안녕히 계세요. 일년 후에 만나요. 




아직은 나를 참을성 있게 받아준 회사지만

언젠가 '이젠 더 이상 안되겠어' 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 전에 회사를 쉬는 것이 맞는 걸까. 밤잠을 설치며 고민 했지만

시경이가 친구들과 인라인을 타는 모습, 재잘거리며 하교 하는 모습. 

일상의 빛나는 순간을 놓치고 있는 것도 먼 훗날 후회하게 될 일이라 '마음의 갈등'을 접고 

다가올 빚더미 친구들을 반갑게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는 아니지만 다른 세계에 진입한 것이므로 

나름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 보기로 결심했다. 

초등학교 일학년 엄마로 살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아니 특권을 얻었으니

제대로 즐겨보기로 말이다. 



엄마의 이력서로 살아보는 것


- 아이 생일파티 준비하기

- 일상 루틴 짜고 실행해 보기

- 인라인, 발레 학원 같이 가서 연습하는 모습 봐주기(시경이가 그토록 원하던 '엄마가 봐주길 바래' 실행)

- 8월 미국 가기 전에 시경이랑 영어책 100권 읽기 

- 나도 회화책 1권 외우기 

- 아이 친구 엄마들과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기 

- 녹색어머니회, 북맘 지원해서 활동하기 

- 평일 박물관 체험가기 

등등






지난 주말 컴퓨터를 정리하던 남편이 

주자매 어릴 적 못난이 사진을 보면서 낄낄거린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이 시간도 금방 지나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