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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무작정 떼를 쓰는 시경을 어르고 달래 겨우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온다.
코가 막혀 잠을 자지 못하는 날에는 동네 이비인후과도 한 번 가주고.
결코 마을버스는 타지 않고 걸어간다. 조금이라도 운동이 될까하고.
돌아와서는,
둘째가 누워 자지 않는 다는 이유(혹은 핑계로) 로 애를 안고는
TV 앞에서 채널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오전을 소비하다가 점심 때 밥 한술 먹고 책을 펼쳤다,
다시 아이의 칭얼대는 소리에 덮었다를 반복하다
그것도 지쳐서 포기. 가만히 멍때리고 앉아 있는다.
그저께는 엄마가 시경이 주려고 성당에서 가져온 젤리의 갯수를 셀뻔 했다.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나를 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정신 줄 놓치 말라며.'
안되겠다 싶어 해커스토익보카를 열고
아는 단어를 체크하기 시작해보니, 허허 웃음만 나올뿐이다.
이렇게까지 심한 자극은 필요없다며 다시 스스로를 위로하게 될뿐
시경이때는 이맘때쯤 복귀를 해서 뱃살이 조금 들어가긴 했는데
이번에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어림없다는 기세로 단단히 그리고 매우 폭넓게 자리 잡은
둔부 일대의 셀루라이트. 지난 번처럼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포진해 있다.
100일 안에 빨리 없애야 한다는데,,
츄리닝이 너무 낡아서 남편에게 하나 사달라 했더니 유니클로에서 밑이 좁아들어가는
할머니 내복같은 츄리닝 바지를 사와서 너무 우스꽝스럽다. 허벅지 부분이 낙낙해야 하는데
이건 원 스키니도 아닌데 왜 이러나.
그래도 이뿌다며 치켜세워주는 남편이 너무나 얄밉지만, 어쩔수 없이 입고 있다.
절대로 이런 차림으로 밖에 나가지 않겠다고, 쓰레기 버리라 나갈때 마다 꾸역꾸역 옷을 갈아 입었다가, 얼마 전 너무나 귀찮아서 무릎이 나올대로 나온 유니클로 바지를 입고 나갔다.
순간 갈등을 심하게 했지만,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고 가득 채운 음식물비닐을 투하하고 돌아오는데 남편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아 정말, 얼굴이 빨개지면서 눈물이 나올뻔 했다. 안되겠다 싶어 멱살이라도 잡으려 하는데 이뿌단다. 그렇게 이뿌면 앞으로 음식물 쓰레기는 당신이 갖다 버리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저녁도 못먹고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각에 퇴근하는 남편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줬다. 역시 나는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