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새 책이 나올것이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은둔형 라천민때부터 그녀의 팬이 된 나는, 소심하게 러패를 오고가며 근황을 살피고
매주 업데이트 되는 칼럼과 윤서이야기를 꾸준하게 읽고 또 읽고 있었으니 말이다.
알라딘에서 예약주문하면 -물론 나는 발행 첫날 바로 교보문고로 달려가 사 읽으려 했지만-친필 사인이 포함되었다는 말에 혹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 냄새를 맡으며 사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하루를 기다려 새 책을 받았다. 그리고 뿌듯하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딸을 낳아 기르는 엄마로서의 내밀한 과정을 일반적으로 볼수 있는 매우 계몽적인 육아서와는 다르게 아이 중심이 아닌 엄마, 한 여자, 사람으로서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연년생 두 딸을 양육하면서 하루에도 열 두번 자아분열을 하는 나로서는 이제 고요한 비무장지대로 들어선 것 처럼 보이는 그들 모녀가 부러웠다. 마치 박카스 광고처럼.
더불어, 불완전한 엄마로 겪는 죄책감에서도 일순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나도 언제가 나의 딸들에게 '너희 둘은 이랬었지가 아니라, 나는 이런 엄마,여자였다'며
알려주고 싶다는 조그만 소망이 생겼다.
그녀가 나보다 좀 더 앞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게 좋다.
좀 비겁하지만, 그녀 뒤에서 멘티를 자청하며 '삶을 대하는 태도, 양육의 노하우,
자뻑할 수 있는 비법-아 이건 DNA에 오롯이 새겨져 있을테니 패스-'을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근데 어쩌면 그녀는 '왜 이래 같이 나이들어 가고 있는데...' 라며 예의 쿨한 태도를 취할지도.
그러고보니, 왠지 경선님에게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
그래서 또 알라딘에 주문을 한다. 오늘도 친필사인 책자를 받을 수 있다니까.
#인상깊은 구절
엄마는 편하고 즐거우면 죄의식을 느껴야만 '비양심' '무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일까.
왜 엄마는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면 안되는가. 왜 엄마는 자기 시간을 가지면 안 되나.
왜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나. 가사일을 제대로 꼼꼼히 못한다고, 남편보다 집에 늦게 들어간다고,
애를 남의 손에 맡긴다고, 애랑 충분히 못 놀아준다고 왜 죄의식을 가져야 하는 걸까. p99
엄마가 불행한 것보단 불완전한 게 백배 낫다. 단. 그렇게 불완전한 엄마임에도 이 세상에서
나만큼 내 아이를 챙기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p100
'평범'이란 단어는 나 자신과 나의 삶이 가진 디테일을 설명하기를 포기하는 느낌이다.
엄밀히 말하면 '평범'이라는 단어도 있을 수가 없다. '평범하다'라는 건 타인과 자신을 견주는
개념인데 사람은 자신의 개별적인 인생을 살아나갈 뿐이기 때문이다. p176
엄마는 소비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생산해내는 사람임을 아이가 자연스럽게 알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자신의 꿈을 찾아 생생하게 살고 있는 어깨를 보여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꿈꾸는 사람의 샘플을 보게 되고, 꿈을 어떤 가시적인 형태로 실천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하리라 본다. 그것은 약간의 용기와 끈질긴 인내심의 문제니까. p184
아무리 봐도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정말로 가급적 아이가 가진 운명을 방해하지 않는 것, 그뿐인 것 같다.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