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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김자도 나도 한남을 떠나게 되었다.
나는 내부 트랜스퍼를 통해 제주도로 이사하고,
그녀는 회사 셔틀 버스 노선표도 대외비라며 비장하게 메일을 준다는 국내 굴지의 S그룹으로.
우리의 우정을 키운 건 8할이 메신저였다. 사내 메신저, 네이트온, 마플까지.
PC와 모바일을 오가며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이야기를 쏟아 낸 우리는 술 한잔 제대로 하지 못하고
회의실에서 수줍게 선물을 주고 받으며 뜨겁게 안녕했다.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 잘 가라고 등을 두드려 주다가 얼굴을 붉히며 눈물을.
친했던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퇴사 메일을 받으며 묵묵히 그들의 등을 바라 봤지만
이번만큼은 그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나도 떠날 수 있어서.
우리의 우정은 앞으로도 진행형이지만,
서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한남에서만큼 밀도 있게, 실시간으로 쌓을 수는 없는 것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발견해 줄 사람을 찾을 때 까지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늘 그렇듯 보통의 존재로 티나지 않게 살아갈 것이다.
(그녀는 심지어, 옮긴 곳에서는 유희열을 모른다고 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다시 하얀마음을 부활시켜야 겠다.
이십대 중반에 만나, 이제 곧 삼십대 중반을 향해 가는.
갑자기 사만다 언니가 너무 궁금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