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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제도의 노예와 사랑의 주인, 그럼 나는?

by 와락 201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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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화려한 파탄을 남기고 결혼은 남루한 일상을 남긴다"  - 은희경-

 

"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로 변질되기 쉬운 것이 결혼이다. "  - 김소연-  링크

 

 

일요일 오후부터 화요일 저녁 이 시간까지(두 아이와 남편은 잠이 들었고, 나는 퇴근하자 마자 세탁기에 넣은 빨래가 다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저 두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돌고 있다.

 

친정어머니가 시원섭섭(9:1의 비율)해 하시면서 올라가신 후로,

남편과 나는 육아공동체로서의 동료애(?)를 불태우며 지내는 중이다.

어머니가 가신지 겨우 몇일 지났을 뿐인데, 체감 시간은 보름 이상 지난 느낌이랄까.

 

 

책이라도 보려고 자리에 앉았다가 내일 아침에는 무슨 반찬을 하나, 냉동실에서 가재미와 잘 손질된 오징어를 꺼내 놓고 오징어볶음을 검색해 보다가, 머리 속이 복잡해서 놋북을 키고 끄적인다.

 

 

회사에서 나는 리소스 부족에서 오는 리스크를 절감하기 위해 효율적인 아웃소싱 계약에 관한 업무를 진행하고 , MM 단가를 정리하여 그 계약에 준하는 비용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 판단 하고, 리포트 하면서도.

융통성 제로인 나 답게  내 인생에는 전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왕좌왕 하는 내가 못마땅하면서도, 또 다 잘해보고 싶고,

계속 자아분열이랄까. 말 그대로 욕심인걸까.

 

 

 

김소연 시인이 말 대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으로 시작된 결혼생활이지만,

무릎나온 츄리닝 바지에, 아이들 침과 밥풀이 잔뜩 묻은 셔츠를 입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페북과 카스, 인터넷서핑을 하다 나의 휴일과 다른 누군가(전혀 나와 관계가 없는 그 누군가라 하더라도)의 화려한 일상을 마주할 때면,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게된 것 마냥, 나의 남루한 일상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결혼 후에도 남들 보기에 그럴 듯한 그 모든것은 내 것이 아니라는 일종의 포기. 혹은 선 긋기를 시도하며

나름 잘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소연 시인의 칼럼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 그리고 감동했다.

나만 남루한 일상 속에 파묻혀있는 것은 아닐거란 값싼 안도감, 그리고 굳이 마음의 극기훈련처럼 극복할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음을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혼자 힐링받고,

결혼 전 내가 생각했던 그 남자가 아니야라고 후회섞인 한탄을 늘어놓지 말자 되뇌이며

'처음부터 우리는 온전한 교감이 불가능 했음을' 다시 깨닫는다.

 

매일 같이 당위와 요구를 남발하고 아웅다웅하며 제도의 노예로 사는 우리가

결혼기념일을 제외하고 고백과 선물을 나누는 사랑의 주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첫 달 정착금으로 나온 50만원을 당당히 본인 골프지원금으로 쓰겠다 선언한 남편님

이미 나는 선물 한거 아님?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