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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른살에 미처 몰랐던 것들, 김선경

by 와락 201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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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휴가 마지막 날이다. 

2013년 7월 한 달간 정말 후회 없이 놀았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20분간 달려가면 드넓게 펼쳐진 바다

그늘막 텐트를 치고 가져간 간식거리를 먹으며 아이들과 모래놀이도 하고 

바다에 들어가 덩실덩실 파도에 몸을 맡겨보기도. 

아이들은 튜브 위에서 꺄르르. 둘째놈은 떨어질까 싶어 아빠 다리를 꽉 붙잡고.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시원한 맥주를 흘린 땀 만큼이나 벌컥벌컥 들이키고.

문어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까무잡잡해진 서로의 얼굴을 보며 놀려댄다.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서울에 혼자 계신 시아버지 생각에 움찔하며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 모래알 같은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놓치지 않기로. 

이 작은 기쁨들이 쌓인 것을 작가의 말대로 행복이라 한다면

나는 앞으로는 더욱 '제대로' 느끼고 즐기려 한다. 



소심하고 서툰 청춘들이 대상이라는 이 책을 26쇄나 찍을 때까지 나는 몰랐다. 

동생 방 책꽂이에서 봤을 때도, 너도 이런 책 읽니? 하며 쓰윽 넘기다가

프롤로그를 읽고서는  내가 읽어야 겠다며 제주도에 가져왔으니. 



서른 세살이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인 애송이며

키도 작고, 여러 가지 열등감이 있지만 제일 잘 하는 것은 후회와 반성, 그리고 결심인 만큼

저자의 글에 그대로 빙의, 혼연일체 되었다.


내게 주어진 기쁨도 맘대로 누리지 못하고, 죄책감과 불안 사이에서 불완전한 엄마로 하루를 버티듯이 살아가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타팀 동료들을 부러워도 하면서 동시에 흉을 보며 자기위안 삼기를 밥먹듯이.

다시 또 반성과 결심을 하는 내가. 나만 이상한게 아니었다는. 모처럼 자존감을 회복 시킨 기분이랄까. 

그녀는 이러한 반성과 결심이 삶의 보이지 않는 버팀목이 되었다고 하니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며 무리수 혼연일체





#밑줄그은 구절 


인생은 즐거울 때보다 즐겁지 않을 때가 많다. 재미없을 때가 많다.

기쁨은 잠깐이고 힘든 기억만 산더미다. 막연하게 5년 10년 뒤에는 달라져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도착해보면 그다지 변한게 없다. p163



회사일이 늦어져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제때 데려오지 못해 안달이 날 때는 내가 왜 이런 생고생을 하는지

한숨이 나왔다. 애 엄마라 일 못한다는 말 듣지 않으려고 회사 일을 집에 가져와 주말이고 밤이고 코피 터지게 일하면서

문득문득 이게 뭔가 싶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충실하면 되었다. 

나와 남편 그리고 몇몇 인간관계에만 정성을 쏟으면 되었다. 그러나 아이를 낳으면서 모든게 얼크러졌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다. 그 한숨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나는 아이 탓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스스로에게 완벽한 모성을 강요하고 있었다. 가정과 일, 모두 잘 할 수 없다는 걸 이론적으로야 알았지만

나는 해내려고 했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 그리 자신만만했을까. 내가 할 수 있는만큼 내 처지에 맞는 모성으로 

다듬어 가야 옳았다. 아이에게 좀 더 담대한 엄마가 되어야 했다. 그것이 나와 아이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었다. 

p259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지난 내 삶의 역사와 자주 만났다. 초라하고 실수투성이였던 못난 내 모습도 너그럽게 봐주었다.

스스로도 용서가 안되었던 어느 날의 내 실수도 이제 그만 봐주기로 했다. 엄마가 되어 인생이 복잡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모성이 내 삶의 중심이 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가는 실마리가 되었다. p260




인생의 10퍼센트는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로 이루어지고 나머지 90퍼센트는 그 일들에 대한 나의 반응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p278




나중에, 다음에, 언젠가 행복해지기를 바랐으니 행복은 언제나 뒤로 미뤄질 뿐이다. 내가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은 아이를 낳으면서다. p282



어떤 큰일, 굉장히 멋지고 신나는 일이 행복을 불러오지 않는다. 모래알 같은 일상의 작은 기쁨들이 모이고 쌓이면 내일도 행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 p284




반성과 결심이 내 삶의 보이지 않는 버팀목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삶은 어느 날 복병처럼 내 뒤통수를 치고 간다. 내가 원하지 않던 어떤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 것이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기지 않고 견뎌 낼 수 있었던 힘은 평소 일상의 크고 작은 반성에 단련되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반성하고 후회하는 마음에는 좀 더 나은 인간으로 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p 296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저자
김선경 지음
출판사
걷는나무 | 2010-11-1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죽어라 결심하고 후회 했다면, 일단 가고 싶은 길을 가자!마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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