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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_딜리셔스 샌드위치] 식어빠진 샌드위치들에게 고함

by 와락 2008.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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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합니다....


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를 읽으며
본인이 느끼고 경험한 내용을 얼마나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는지..
가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자출신답게 아주 명쾌하고 쉽게 읽히도록 쓰셔서 오래간만에 즐겁게 읽었다.
앞으로도 책상 앞에 두고 자주 자주 펴 볼듯.





지금까지는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매우 현실감 있게 다가와 두렵기 까지 했다.

딜리셔스 샌드위치(양장본) 상세보기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펴냄
뉴욕의 비즈니스와 문화 현장에서 발견한 샌드위치 한국의 탈출구, 컬처비즈의 성공전략! 문화의 제국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 거대한 문화제국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화제국의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언어와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 뒤에서는 중국이 바짝 뒤쫓고 있고, 앞에서는 일본이 멀리 도망가고 있는 현실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은 컬처비즈 전략으로 '딜리셔스'한 세상


인상깊은 구절.

p.21
그 나라의 문화수준이 어떤 대접을 받느냐 하는 문제는 사소한 일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학교에 다닌 지 얼마 안 되는 한국이나 일본 등 동양 아이들은 급식이 입에 맞지 않아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은 미국 학교에서도 좀 다른 대접을 받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김치는 고사하고 김밥도 거의 못 가지고 갑니다. 미국 아이들이 낯설어하고 이상하게 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일본 아이들은 당당히 아보카도를 넣은 일본식 김밥인 "롤"을 싸가지고 갑니다. 일본 음식점을 자주 찾는 미국인들은 롤을 무척 좋아합니다. 미국 아이들도 스시 같은 일본 음식은 최고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가 미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떡이 뉴욕 한가운데 상점에서 떡 하니 팔리게 될 날을
기대하는 나에게 위 글은 몹시 충격적이었다...
아,, 그렇구나

작년인가, 뉴욕에서 '본죽'이 나름 뉴요커들에게 인기있는 음식점이라 들었는데
실상 그렇지만은 않겠다 싶고..
문화적 뒷받침없이 우리 음식이 세계화되기는 참 쉽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어
가슴이 답답해졌다.


p.66
자기가 사는 도시의 공원은 안가도 센트럴파크는 꼭 한번 가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난 곳도, <러브스토리>의 주인공들이 눈밭에서 뒹군 곳도,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와 빅이 마차를 타고 사랑을 나눈 곳도 바로 센트럴파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은 그냥 인근의 주민들이 와서 쉬는 '공공재'일 뿐이지만, 센트럴파크는 입장료가 없어도 전세계 관광객들이 돈 들여 보러 오는 '상품'이 됩니다.


섹스앤더시티 캐리가 사는 집과 자주가는 브런치 가게, 센트럴파크 등을 테마로 묶어
여행상품을 개발했다는 이야긴 들었는데...;;


 

p.108
지식과 정보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웹 2.0 시대의 특권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그리고 미치도록 몰입해서 파고들 수 있는 자기만의 여유로운 밥 벌이를 찾아보십시오.


사실, 근데..
이러기가 쉽지 않잖아요...여긴 미쿡이 아니라 한국이란 말이에요.. 라고 투덜거리고 있던 찰나..


 

p.109
오래만에 전철역에서 만난 동창생이 내미는 '번듯한 명함'에 기죽지 마십시오.
자기만의 연구실에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연구하십시오. 커다란 테이블에 멋들어지게 와인잔을 세팅하고, 아름다운 등을 켜고, 폼나게 친구들을 초대할 그 날을 그려보면서 말입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격려와 응원을 해주시는 작가님..


p.162
한국의 샌드위치들은 워낙 세상에 찌들어
<로보트 태권 V>의 아련한 추억은 잊은지 오래입니다.
30대 남자들이 모이면 어느 동네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는지,
40대가 되면 누구 집 아이가 특목고에 갔는지, 50대가 되면
월세수입이 있는지 또는 금융자산은 얼마나 되는지를 가지고 상대방의 평점을 매깁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길게보면, 우리의 이런 찌든 일상이 우리의 경쟁력을 다운시킬 것입니다.


아.. 이 구절 읽으면서는 정말 눈물이 날려고 했다.
퍽퍽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아버지들..
결혼한지 얼마 안됬지만.. 이제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전세니, 아파트니, 어느동이니, 적금을 얼마모으니 등
숫자로만 이야기 하는 우리의 지친 일상.

인생도, 생각도 늙지 않게 지키고
유연성을 갖는다면
우리도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작가님의 우려와는 달리
내 마음을 몇 일째 두드리고 있다.

여운이 오래간다.

아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