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시경이는 어린이집 친구가 선물로 준 곰돌이 쿠키를
소중히 서랍에 보관해 두었다가(무언가를 받으면 서랍에 꽁꽁 넣어두기 부터 먼저 한다는)
집에 가는 길 야금야금 먹으려 비닐 봉지를 뜯었다.
'언니 그게 뭐야?' 라며 시성이가 반갑게 달려왔지만, 애써 모른체 하며
혼자 먹으려던 아이는 엄마인 내 눈치를 살짝 본 후
동생에게 곰돌이 오른쪽 귀때기를 내어주며 조금만 먹으라 신신 당부를 하고.
그러나 우리 주시성은 언니의 생각과 달리(우려했던 대로) 곰돌이 얼굴 통째를 먹어 치워
당황함과 분노, 울분을 선사하였다.
주시경의 분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비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채 퍼붓고 있고
와이퍼를 최상 단계까지 올렸지만 시속 40km 이상을 밟지 못할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오라 CC 사거리를 넘으면 좀 낫겠거니 했지만, 더욱 거세게 내리치는 빗발에 움찔 하면서 운전 하는데
뒷자리에서는 시경이가 대성통곡이다.
내가 조금만 먹으라 했는데, 다 먹었다며. 10분 넘게 분을 이기지 못해 울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라, 엄마가 집중을 해야 하니 마음이 좀 상하겠지만 조금만 그쳐달라 부탁을 하고
쿠키는 엄마가 다시 사주겠다며 약속을 했지만
속상한 우리 주시경은 계속 훌쩍이고
그 와중에 숨죽이고 있던 주시성이 상황이 좀 달라지자 아무렇지 않은 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내 마음을 진정시켰으나, 동생의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에 더욱 화가 치민 언니는
너는 지금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거니? 라며 소리를 지르고
나는 찌끔 노래 하고 싶다고~!! 라며 동생은 더욱 크게 소리치켜 대꾸 하고
앞에는 천둥과 번개가 치고
뒷자리에서는 울고 불고 난리통
마치 톰과 제리 같은 두 아이들
첫째의 분노와 속상함이 온전히 이해가 되지만
둘째 녀석의 뻔뻠함이 귀엽기도 하고
아마 시경이는 훗날 나를 탓할지도 모르겠다. 공정하지 않았다며.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내 어린 시절과 어쩔 수 없이 조우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시경이를 보다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첫째를 대부분 분신처럼 여긴다고 하던데, 나 역시 그런 것 같고.
느긋한 마음으로 대하는 둘째와 달리, 많은 것들을 (나도 모르게) 첫째에게 투영하고 있다는.
많은 육아서에서 말하듯이 믿고 기다려주면 되는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어린 나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라 쓰고 오지랖이라 읽지만)
내 미니미인 주시경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런데,
일년 후, 오년 후, 아니 십년 후 쯤
지금 시절을 되돌아 보면
나는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을까.
맨날 싸우지만, 그래도 놀이터에 갈 때는 급격히 한 마음이 되는 주자매.
우도 사빈백사장에서. 산호를 동생에게 주워주는 다정한 언니.
언제나 방긋방긋. 울다가도 금방 그치는 둘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유일하게 아빠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