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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콩코르정, 지금은 맞고 언젠간 틀리겠지

by 와락 2015.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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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 녀석을 알게 된 건

초등학교 저학년 어느 날이었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답답하고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가며

헉 소리 밖에 나오지 않던 그 고통


한 동안 괜찮았는데, 최근 다시 그 녀석이 슬금슬금 찾아와 

건강검진 후 바로 대학병원 심혈관 센터 진료 예약을 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 검사를 하고 처음으로 약을 처방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병원을 다녔는데, 약 처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담당 의사는 별일 아니라는 투로

처방한 약을 2달 간 먹어보고 심장초음파를 해 보자고.


콩코르정

처음에 약을 받았을  때는 워낙 용량이 작아서 (시성이 새끼손톱 1/2 정도?)

이게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식후 비타민과 한 입에 털어 넣었지만.

복용한지 열흘쯤 되었나. 뭔가 달라진 것 같다.




우선 옮긴 팀에서 

나와 함께 일할(내가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동료님이 다른 팀으로 전배를 간다고 한다.

내가 온지 일주일 만에. 

예전 기준으로 4명의 일을 도맡은 상황인데

나를 부른 그 분은 그저 지못미. 내 잘못 아님. 넌 할 수 있어(아니 무엇을?ㅜㅜ)라고 격려해 주시고

다른 동료들은 어찌나 쿨내나는지 나의 멘붕스런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것 조차 .

아니 왜 이래. 후로페셔널하지 못하게? 머 이런 느낌이랄까.

이틀 정도 걱정양답게  전전긍긍하며 앞으로 다가올 업무 쓰나미를 두려워 하였지만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아마 추석 때문이겠거니 했는데.



추석 연휴

시댁에서 분주하게 일하는 나를 앞에 두고

늘어져라 낮잠을 자는 남편을 볼 때마다 조금 과장하자면 피가 솟구쳤는데

이번에는 아버지가 외출하신 틈을 타 나도 남편 옆에 누워서 같이 낮잠을 잤다.

아이들이 브루마블 게임 룰을 알려달라고 보채는데도 엄마는 심장이 아파서 잠을 자야해 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길 해가며 경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남편의 말에 의하면 내가 와서 자기를 밀어내어 본인은 땅바닥으로 굴러갔다고 투덜거렸지만

그런가. 나는 기억이 없다며. 둘째 화법을 빌려쓰고.

연휴 이틀 째 추석에서 풀리 이틀을 보내고 나면 저녁에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쳐지는데

별로 그러지도 않았다.

이상했다. 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화가 나지 않는다.




혹시 약 때문인가 싶어

콩고르 정을 검색해보니 아래와 같았다. 



콩코르정 2.5mg

심박동수와 심박출량을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고 심장부담을 감소시키는 약.

심장병, 고혈압에 쓰이는 베타차단제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 작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건선 이외에도 혈압저하, 천식, 저혈당, 우울증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 할 수 있다.



늘 세상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는 듯

사람들의 말(심지어 조사까지도), 행간,손짓, 눈빛 등을 관찰하며

몸으로 그 모든 것을 느끼고 스트레스 받았던 내가 

이 약을 복용하면서 스위치가 몇 개 꺼진 것 같다.

말하자면 나는 약발이 매우 잘 받는 건데, 이 상황이 좀 이상하면서도 나쁘지는 않다. 

다행히 아직 간지러움이나 우울증과 같은 부작용이 오진 않았다.(뭐 그정도로 먹지도 않았고)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도 될 것 같다.

두 달간은 내게 일어나는 각각의 일들에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