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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탔다.
늘 시작이 끝보다 거창한 편이어서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겠다는 포부와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칠 때마다
그래. 그래야지. 잘 될 거야. 기도할게. 등으로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했는데-
이번엔 진짜로 이루어 졌다.
뜨거운 여름 내내
민속촌과 에어콘도 없다는 파트너 언니 집을 오가며
공모전 스케줄에 맞춰 '더 이상 후회는 없다'라는 각오로
작업에 임하더니 노력한 만큼(본인들은 아쉬울지 모르나)
성과를 이루어 냈다.
공모전은 시작에 불과하고
이제 동생은 수상한 작품을 가지고 책을 내려고 준비중이다.
출판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고
커피를 홀짝 거리며 가볍게 이야기 하던 것들을
정말 실행하고 있다.
옆에서 보면 신기하다.
회사원의 세계에 갇혀 있는 나에게
동생은 '너머'의 세계로 갈거라며
뚜벅뚜벅 걸어나가고 있는 모습이랄까.
반면,
동생과 정반대로 시작보다 끝이 더 창대(?)한 남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나가듯 말한 '농구 동호회' 가입 이후
매주 화요일 저녁시간을 선부킹하고, 매월 말 일요일 오후 농구대회를 나가며,
회사 동료의 아버지(전 청소년 국가대표 감독)에게 특훈을 받고 있다.
대체 형부가 뭘 하는 거냐고 동생이 물어볼 정도로
매일 아침 농구공을 가지고 연습하길 두어 달.
지난 주 수목금 지방 출장 간다고 짐을 싸는데 농구공을 가방에 넣는 걸 보고-
친정엄마는 할 말을 잃으셨다는.
어찌되었든 남편은 11월 01일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있다.
제대로 이긴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고, 체력, 실력, 기술 모든 면에서
다른 회사보다 부족한 것 같지만-
마지막 쿼터까지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고 뛰어보겠다는 하루키 스러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줄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 들은 김영하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내면의 어린 체육인이 아직 우리 남편에겐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너무도 다른 이 두사람은
나의 가족이고
각자의 시간을 충실히 완전하게 보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무언가를 만들어가거나 성취를 하고 있으며
주자매의 벤치마킹 모델이기도 하다.
(요즘 주자매는 이모의 수상 소식 이후로, 자기들끼리 대상수상 이벤트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로서 본인이 만든 컨텐츠로 스스로 미디어가 되려고 하는 동생과
자본가의 배를 불려주기 보다, 내면의 어린 체육인을 소중히 생각하는 남편 사이에서
나 역시 성장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트위터에서 본 이와모토상.
도합 105%의 인생에 빵 터지며 자연스럽게 동생과 남편이 관련 키워드로 떠올라.
남편의 8할은 알겠는데 2할에 내가 들어갈지.
5%에 속할지 그 부분은 가늠이 안되어서 계속 모르는 것으로 하기로.
어찌되었든 진실을 알게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아래와 같은 기분이 아니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