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로 기온이 내려간 아침
늦게 일어난 주자매를 달래서 어린이집을 향해 달려간다.
월요일 출근길이라 대로변의 차들은 빽빽히 늘어서 있고 , 연말 정산 시즌이라서 내야 할 서류들을 머릿 속으로 정리해 가며
겨우 회사 건물에 도착했지만 주차동이 달라져서 영하의 아침. 아이들과 한 바탕 뛰어서 도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을 못참고 시성이는 보채고 안기고 뛰어다니고.
그 와중에 경이 가방 사진을 지금 꼭 골라야 한다고 남편이 톡을 보내서 기다리는 와중에 아이와 실랑이.
경은 무조건 싫다고 투정을 내고.
두 세대 놓치고서 안되겠다 싶어 비집고 들어가 4층을 눌렀다.
봉이는 엄마가 짜증을 낸다고 투덜거리지만.. 아이들아 엄마는 또 지각이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자 손을 씻을 때 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이미 10분이 넘은 시각. 미안하지만 엄마 늦어서 먼저 갈게.
졸업 사진 번호 제출도 미처 하지 못했다. 일찍 오라는 주자매의 당부를 뒤로 하고 회사로 종종 걸음.
사무실에 도착하자 마자
조직장이 불러서 이런 저런 이유들도 신규 상품안에 녹인 컨셉을 변경해야 하는 이슈를 이야기 하는데 눈 앞이 깜깜.
미션은 받았고 해결해야 하며 할 것들도 많은데 이렇게 나에게 지시한 그는
유유히 국세청의 연말정산 사이트를 조회하고 있었다...아..님이시여.
학원 4군데에 연락해서 주자매의 16년도 학원비 납입영수증도 받아야 하고
오후 중에 매출 보고 자료도 만들어야 하며 IR자료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말 연수증은 또 학원에 가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내일 오후 아까운 반차 휴가를 내었다.
이 또한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닐테지만
밥도 넘어가지 않아 과감히 점심을 스킵했다.
점심을 먹다가는 체할 것 같아
빈 회의실에 들어왔다.
나는 왜 이리 기분이 엉망인가.
1. 신규 상품안이 뜻대로 되지 않음에 대한 실망감
2. 1안에 대한 매출 포캐스팅과 원인 분석, 제안자료를 '내'가 작성해야 하는 부담감. 하기 싫음.
3. 타 부서 요청 자료에 대한 피드백도 '내'가 해야 하는 부담감. 하기 싫음2
4. 타회사의 인센티브 이야기
5. 평가 결과가 나온다고 했는데 나오지 않았음
6. 연말정산 영수증을 받으려고 내일 휴가를 써야 함. 너무 아까움. HR의 일처리가 못마땅함.
1. 신규상품안 이슈
-> 누구의 잘못 아님. 그러나 그 실망감 밑에는 또 반복되는 무력감과 죄책감이 있음.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음.
2. 매출자료 및 타부서 피드백
-> 스팟성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업무들이 중복적으로 나에게 몰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며 전혀 이롭지 않음.
3. 타 회사 인센티브
-> 비교의 굴레에 빠져 버림
4. 평가 결과가 안 나옴
-> 사실 평가 결과는 상관 없음.. 중요한 것은 월급이 오를 수 있느냐.
5. 연말 정산 영수증
-> 반차를 써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까움... 대안은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인데 부탁이 불가함. 직접 가서 받아야 함.
아마도 수요일쯤 되면
대다수의 일들을 다 해냈을 것이므로 정리 될 것이다.
계속 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으면 하나도 해결할 수 없을테니
자 이젠 빈 회의실에서 나가서 샌드위치를 하나 산 후 맛은 느끼지 말고 그저 입 안에 밀어 넣고서는
자리에 앉아 엑셀을 열고 1번 부터 하는 것이다.
우선 엑셀을 열고 나서 구조를 짜다 보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아무렴. 지금까지 그래 왔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