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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빙글빙글 돌더라도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인생

by 와락 2024.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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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여러 차례 청해서 어렵사리 만나는 파트너사 미팅을 하러 뚝섬역으로 이동했다. 
열심히 피력했으나 상대의 반응은 미지근, 시큰둥하다. 
같이 대동한 멤버가 보기에도 약간 민망할 정도였는지
회의가 끝나자 한 마디 덧붙인다. '완곡하게 계속 거절하네요'
 
나를 거절한 것이 아니고  회사 대 회사로 그저 일이지만 기분이 늘 유쾌할 수는 없다.
 
 
회사로 복귀해서 회의에 참석하고 업체와 통화를 하고 가격을 협상한 후 월 마감에 맞춰 정산을 한다.
분명 2012년에도 이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12년째 나는 그 자리에서 빙빙 돌고 있는 것일까
똑같은 자리에 있는 것 같아 보여도 나선형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일 테지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경선생이 엄마 언제 오냐고 전화한다(저녁밥은 어찌할 거냐고...)
김치냉장고에 있는 소고기를 아빠와 구워 먹으라 답한 뒤 주섬주섬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향한다. 
 
날씨가 좋아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길도 쾌적하다. 
 
역에 도착하고 지하철을 타려는 순간 
갑자기 목사님께 메시지가 왔다. 월요일 이 시간에 무슨 일이. 
 
"집사님 오랫동안 항암치료하는 자매님이신데요
암이 더 커져 힘들 때 이번 주 쇼츠 영상이 너무 위로가 된다면서 우리 영상팀 칭찬을 하네요? 감사드립니다"
 
주일이 되면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의 짐이 커져서 부담이 되기도 하고 
조회수가 예전보다 올라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다른 것도 아니고 
컴퓨터는 오래돼서 버벅버벅 답답하기도 하고
이래 저래 전과 달리 소홀한 마음이 들던 차에 
항암치료 중에도 영상을 보고 '은혜를 받았다고 하시니' 월요일 퇴근길 위로가 되었다. 
 
어쩌면 하나님이 그만 좀 투덜대고
'나의 일'을 '마음을 다해' 하라고 넌지시 알려주시는 지도 모르겠다. 
 
다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은 참으로 뿌듯한 일이다. 
더불어 회사에서 혹은 어떤 모임에서 생물학적으로 나이만 어릴 뿐
나에 비해 생각과 마음의 깊이가 폭넓은 친구를 앞에 두고
그깟 밥 한 끼, 커피 한 잔 사면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하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