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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함께

2024년 10월 부산여행(10.3~10.5), 기장 롯데월드

by 와락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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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우리는 홍콩과 마카오에 있어야 했다. 국경절을 맞아 대규모로 중국인들이 홍콩에 온다는 이야길 듣고 비행기며 숙소며 눈물을 머금고 취소를 하고 국내 여행 장소를 물색하다 다시 부산을 가기로 했다.

기필코 지난번에 먹지 못한 ‘이재모 피자’를 꼭 먹고야 오리라. 부산 해운대 앞을 달려보리라 마음먹었지만 마음대로는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즐거웠던 부산 여행.

10월 3일(첫째날)

개천절 아침, 아이들을 깨워 준비하고 SRT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허투루 보내는 시간도 많으면서 막상 어디 가려면 그렇게 책도 2권이나 챙기고 기차에서 설교 영상 편집을 하겠다며 번잡을 피웠다(결국 책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영상 편집은 완료했으나) 아이들용 캐리어 1개, 남편과 나의 캐리어 1개 각각 이끌고 역으로 출발. 우당탕 남편의 잔소리를 BGM으로 들으며 시작한 여행이지만 기분은 설렌다. 예상보다 택시가 일찍 잡혀 동탄역에서 한참 기다렸다 부산 가는 기차를 탔다.

아이들은 기차에서 핸드폰을 하고 남편은 잠시 야구 영상을 보다 잠이 들고 나는 그 사이 유능한 편집자처럼 달리는 기차 안에서 설교 영상을 편집했다. 교회의 특별새벽기도회 주간이었는데 예정된 일정이라 취소는 못하고 가게 되었지만 영상이라도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부산역에 도착해서 숙소인 기장군까지 1시간 30분가량 버스를 타고 가느라 멀미가 나서 힘들었다. 지난 2월에는 아이들과 지하철을 타고 가느라 좀 힘들어도 괜찮았는데 돌아 돌아가는 버스는 고역이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
이전에 보내준 남편의 숙소 정보를 보고 해운대와 그다지 멀지 않길래 가볍게 해운대에 갈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내가 간 기장은 신도시 느낌. 허허벌판에 롯데월드, 아웃렛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숙소 오시리아 스위첸 마티에 

 
 

 

기장 스위첸 오피스텔
깔끔한 곳이었다


배가 고파 저녁은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간단히 먹어도 4인가족 외식비는 5만 원이 훌쩍 넘는다.

허겁지겁 칼국수도 다 먹고 오뎅도 한 번 더 주문해서 먹었다

저녁 식사는 기장 용궁 해물 칼국수

 

 



배도 부르고 노래방에 가고 싶어 하는 주자매를 앞세워 숙소 근처 롯데아울렛에 들렀다. 아이들 신발도 사야되는데 아울렛에 오니 꾹꾹 눌러놨던 물욕이 올라왔다. 남편은 이제 물건들을 봐도 크게 사고 싶은 게 없다고 하길래, 나는 아니다. 몽클레어 매장 앞의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줄 서도 된다. 하나 구매해야겠다라고 하니 답이 없다.  아디다스와 나이키, 뉴발란스 매장을 돌아다니며 주자매 신발을 구매하고 나니 노래방 갈 시간이 부족해서 마트에 들러 내일 아침 먹을 과일과 먹거리를 사 오고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첫날을 보냈다.




맥주 기분은 내고 싶지만 취하는 것은 싫어서 무알콜 맥주 마시기


10월 4일(둘째 날)

여행지에 왔으니 달리러 가야지. 이 달리기가 이렇게 유용한 취미가 될 줄은 몰랐고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보기로 한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뛰어가면 해운대까지 닿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도로로 가야 돼서 너무 무리고 근처 해안도로를 가볍게 왕복 5km 남짓 뛰기로 했다.

별 기대 없이 나가서인지 해안 근처 도착하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출이 막 시작돼서 햇살이 바다를 비추고 '어서 오이소'라고 이야기하듯 펼쳐진 도로를 사뿐사뿐 달리려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와 이런 일출을 보고 뛰다니 감격 그 잡채
매일 이런 도로를 달린다면 기쁘겠죠
부드럽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 하염없이 바라봐도 좋겠다라는 생각

 
숙소로 돌아가 아이들을 깨운 후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어제 예약한 롯데월드에 가기로 했다. 다만, 내가 챙겨 오지 못한 경 선생 드림렌즈 빼는 흡착봉이 없어 아침에 불편한 시간을 보내다 겨우 렌즈를 빼고 짐을 챙겨 롯데월드로 향했다. 메인 어트랙션 3개만 잘 타고 와도 성공이라며 서울 롯데월드에 비해서는 줄이 짧아도 그럼에도 오픈런해야 된다고 서둘러 갔는데 생각보다 줄은 길지 않았다. 에버랜드로 어트랙션 조기 교육을 받아온 주자매는 이 정도 기다림은 거뜬한 얼굴이다. 어트랙션 중 제일 형님 격인 자이언트 디거. 에버랜드로 치면 티 익스프레스를 먼저 타 보기로 했다. 사진만 봐도 아찔하다. 실제 나는 타는 내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이들 어릴 때 에버랜드 연간 회원으로 씨크릿쥬쥬 비행기, 비룡열차를 같이 타면서 나중에는 바이킹까지 섭렵해봤지만 늘 아이들보다 더 무서워 했고, 아직도 에버랜드 티 익스프레스는 못타고 있다.  아이들이 선배답게 괜찮으거라고 쿨하게 격려한다. (누가 엄마인가) 남편 옆에 매미 처럼 달라 붙어 탑승했다. 뒤에서 지르는 남학생들의 괴성과 함께 한 1분 30초 남짓의 시간. 아 다리가 후들거린다. 도파민이 용솟는 주자매는 한 번 더 타자고 다짐하고 우리는 두 번째 어트랙션을 정복하러 다음 줄을 섰다.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자이언트 디거

 
다음은 2번째 형님격인 자이언트 스윙, 바이킹과 트위스트를 믹스해 놓은 놀이기구인데 나는 이 놀이기구가 제일 재미있었다.

멀리서 찍어도 위 정도 올라가고
가까이서 보면 옆에 자이어튼 디거에 부딪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엄마가 어지럽하고 하자 경 선생은 차분하게 조언했다. 엄마 자이언트 스윙은 타지 않는 게 좋을 듯한데, 엄마 정말 괜찮겠어? 아이 말을 듣고 기다릴까 하다가 언제 또 타보겠나 싶어 도전해 봤는데 포기하지 않길 정말 잘했다. 그리고 얻은 한 가지는 시도해 보지도 않고 지레짐작하고 그만두는 일은 앞으로 내 사전에 없을 듯하다. 막상 타 보니 나는 바이킹을 정말 좋아하고, 옆에서 소리 지르는 남편보다 오히려 내가 더 잘 즐기며 타고 있었다.  번지점프가 이런 느낌이려나.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바이킹 처음 탈 때는 그 내려가는 무중력 비슷한 느낌에 압도되어 정신이 아찔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즐기고 있었으니.

모두들 대흥분 상태가 되어 다음 어트랙션을 도전해 보려 했지만 아쉽게도 자이언트 스플래시는 정비 기간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서 점심시간 전에 먼저 밥을 먹는 게 좋겠다며 둘러보다 롯데리아 햄버거로 대동단결했다.

잠시 차 한잔 하면서 숨을 돌리는 중
아이들은 자이언트 디거와 스윙을 돌아가며 도합 7회를 탔다고 한다. 열차를 5회 이상 타는 게 과연 가능한 것인가 싶지만 조기교육의 효과는 대단한 것으로 증명되었다.

남편과 나는 기다리다 지쳐 소싯적 에버랜드 후룸라이드를 연상시키는 스플래시 미니버전을 타러 갔다.

한 시간을 기다리다 탄 것 치고는 김이 빠진 것 같았으나 그럼에도 후룸라이드 추억을 소환하며 탄 재미로 의의를. 경 선생 임신한 줄도 모르고 초기에 에버랜드 가서 열심히 놀이기구 타고 돌아왔던 기억이 나는군.


숨을 헐떡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이들이 돌아온다. 실컷 탔다는 이야기다. 이제 좀 어지럽다고도 하고. 세상에나 말이 그렇지 어떻게 빙글 도는 열차를 5번이나 탄다는 말이냐.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이전에 아이들과 와서 맛나게 먹었던 해운대 근처 횟집. 부산시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듯 택시를 불러 가서도 약 30분가량 줄 서다 들어갔다. 마지막 매운탕 국물은 정말 시원하고 비린내 없이 깔끔하다.

해운대 어가횟집

일반 대 사이즈 8만원 4인가족 먹기 좋았다.

배 부르게 먹고 해운대까지 5분 남짓이라 살살 걸어서 이동했다. 해운대 시장에 호떡도 먹고 싶었지만 대기줄이 길어서 포기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기장 숙소 근처는 바람이 거셌는데 해운대는 포근한 기분이랄까. 마침 부산국제 영화제 기간이라 공연도 하고 있고 어수선했다.

조선호텔 앞쪽으로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2호 찍어 주기 바쁜 1호 선생


철썩이는 파도를 보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되돌아왔다. 4명이 셀카도 찍었는데 내 모습이 못생겨 보여 너무 싫지만 또 지나면 늘 오늘이 가장 나의 젊은 날이라… 그때가 좋았지 할 테지.


10월 5일(셋째 날)


다음 날 아침에도 남편과 달렸다. 어제에 비해 흐리고 바람도 세서 중간에 모자가 날아가기도 했으나 사진작가님을 중간에 만나 인생샷도 찍게 되었다. 중간 러닝크루를 보고 그들을 따라 달려가보니 해동용궁사까지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그냥 지나가면 모를 것들이다. 그분들 덕에 예상치 못한 길도 달려보고 가을 아침 햇살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내 기미도 기뻐하며 더욱 피어오르는 것 같다)

숙소에 돌아와 2가지 플랜을 세웠는데 먼저 빠르게 체크아웃하고 부산역에 가서 고대하던 이재모 피자를 먹고 기차를 타고 돌아간다. 후자는 근처 아웃렛에서 가을 점퍼를 쇼핑하고 여유롭게 식사하고 돌아간다. 우리는 전자를 택했는데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캐치테이블로 미리 줄 서기는 못하고 현장 줄 서기로만 가능한데, 내 번호는 400번이 훌쩍 넘었고, 그나마 2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끝까지 먹지 못했다.

근처 카페에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기다림을 참지 못해(기차 시간도 다가오고) 다른 음식을 먹고 가자고 하여 그래도 부산에 왔으니 ‘밀면’을 먹자고 이동했다.

부산 밀면

부산에서는 처음 먹었는데 예상보다 맵지 않아서 잘 먹었다. 밀면을 먹으면서도 캐치테이블 화면을 계속 지켜보며(이러한 집착을 다른 곳에 보여주오) 대체 내 번호는 몇 번째 나올 것인가 확인했는데 기차를 탈 때쯤에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에 돌아와 부산이 고향인 동료에게 물어보니 본인 학창 시절에는 그 정도 인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이튼 2번째 방문에도 결국 먹지 못하고 돌아와 오기가 생겨서 다음에는 기필코 먹어보리라 다짐한다(그렇게까지?)


오양의 조언대로 트라비포켓에 여행경비를 다 기록해 보았다. 숙소를 비롯해서 식비, 교통비, 롯데월드 입장료, 아이들 쇼핑한 것들. 다 포함하니 1,145,960원



어떤 카드 광고였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이라고.

약 백만 원 좀 넘게 들었다.
하하 호호의 시간은 짧고 아웅다웅 보낸 시간이 더 많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의 십 대도 나의 사십 대도 다시 오지 않으니까 앞으로도 더욱 알차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