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해야 하지만
매일 밤 아이들을 재우다 잠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하지 못한 일들이 머리 속을 둥둥 떠다녀
오늘 아침에는 작정하고 일찍 출근했다. 도착하니 9시가 안 되었다는.
엄마가 아침에 싸주신 도라지차는 컵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줄줄 새는 바람에 새로 산 코트와
회사 카페트를 적시고 말았다. 겨우 맛만 볼 수 있었다는. 어머니...ㅠㅠ
어드민에 접속하여 로데이타를 다운 받아 엑셀로 열고, 중복을 걸러내고
조건에 맞는 함수를 써서 총 계약금액의 일부를 숫자로 표기하고
총 금액과 목표금액 대비 달성률을 계산한다.
플랫폼 개선 사항 공지문을 꼼꼼히 확인하고 배포 시점 이후 발생될 우려점에 대해 논의 한 후
CS가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경우 재검토하자고 이야기 하고-
점심 먹기도 전에
공업사에서 연락이 와서 사고난 우리 차 대신 다른 차를 렌트해 주고 갔는데
차도 낯설고 주차도 어렵고 깜빡이는 어찌 꺼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겨우 김밥 한 줄 사서 올라와 남은 커피를 홀짝이며 아까운 점심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고
오후 미팅을 위해
10년, 12년 이후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계약서를 보며
현황,협의할 내용 등에 대해 정리해 보고
연속 2개의 미팅이 끝나고
회의록을 작성하려던 찰나, 실무단에서 이제 막 회의가 끝난 상황인데
타팀 통해 문의(혹은 협조요청?)가 들어오는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에 한 숨이 나오지만
뭐. 어쩌겠음 이란 마음으로. 구구절절 설명하고.
동료와 저녁을 먹고 난 후 올라 와
오후 미팅의 회의록을 작성하고, 재계약 프로모션 현황 리포트를 간단히 한 후
노트 안에서 밑줄 그어주길 기다리는 업무 내역을 보고 있다.
요즘 나는 2012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그 옛날, 나와 함께 새벽 2시에 메신저로 업무를 주고 받고 새벽에 메일로 회신을 하던
(그러나 이제는 그런 노력들이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분에게 연락을 하여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내게 현재의 상황에 함몰되지 말고
좀 더 멀리 떨어져서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 해 주었지만....
2012년을 회사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린이집 문 앞에서 서성이던 시경이 모습이다.
육아휴직 끝낸 후 복귀 하여 많은 업무를 빨리 처리하겠다는 욕심으로
시경이를 9시도 안된 시간에 어린이집에 맡겼었다.
이른 시간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싫어 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아이.
시어머니 손에서 별사탕을 하나 씩 집어들며 어린이집 선생님을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떼던 시경이의 뒷모습.
그때는 머릿속에 맴돌던 다른 것들 때문에 시경이가 그저 어서 들어가기 만을 바랬는데,
가끔은 그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다.
오늘도 그런 날들 중의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