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친구들과 번개로 판교에서 만나 와인을 마시고 한 해가 지나기 전 불멍 할 수 있는 곳에서 마무리를 하자라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는 기필코 캠핑을 해 보자. 글램핑 이야기가 나왔지만 불혹이 넘은 우리들은 그저 즐길 준비만 되어 있어 결국 호캉스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오양 회사에서 제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우이동의 파라스파라로 결정!
광화문에서 오양과 정지를 만나 꼬불꼬불 30km 속도로 섣다 가다를 반복하고(약간의 멀미와 함께)
대체 어디냐. 도착은 하는 것이냐. 라는 의문이 들 때쯤 짜잔~~ 나타난 파라스파라.
주차와 체크인을 하고 오양이 가방에 신줏단지 모시듯 가져온 와인 3병을 소중히 나눠들며 숙소로 향했다.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한 경기도 주민을 위해 오양이 엄선해서 가져온 와인인데 계획성 넘치는 친구답게 컨디션도 3병 준비해두었다. 술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센스 만점 소중한 친구다.
어떤 와인을 먼저 먹을지 오양과 정지가 심도 깊게 상의하고 화이트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답에 배민앱을 열고 바로 초밥을 주문해 둔 정지.
나는 이들이 분명 떡볶이를 마지막에 시킬 것을 예상했으므로, 한 주간 떡볶이는 먹지 않았다.
역시나 2차 메뉴는 예상한 바와 같았고 중간에 피자와 치킨 사이에서 한 줌의 고민은 했지만
밀가루를 두 번은 먹지 말자며(그렇지만 튀김은 빼놓지 않고 주문) 다짐했다.
기다리던 라이더님의 호출을 받고
출입구에서 음식을 받아 화이트 와인을 마시면서 1박 2일 스타트!
와인을 한두 잔 들이켜니 몸이 노곤노곤
자쿠지는 다녀오자고 소파와 한 몸이 되려 하는 자신들을 격려하며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섰다.
자 몸도 뜨끈하게 녹였겠다.
2차를 시작해 볼까.
최근 다녀온 여행, 가족 안부, 통성명한 적은 없지만 늘 근황 토크에서 등장하는 서로의 지인들 이야기. 우리는 상처와 아픔은 건드리지 않기로 암묵적 합의한 듯 이번에는 주식과 재테크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잠시 카카오 주식과 카뱅 주식까지 구매한 정지가 살짝 흔들렸지만 위기에서 넘어가고 최근 신점을 본 이야기부터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을 전도하기 시작했다. TV가 없어 잘 몰랐는데 요즘 핫한 프로그램이었던 듯싶다. 5박 6일 숙소에서 벌이는 전쟁 같은 사랑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1박 2일을 우리 셋이 보낸 게 아니라, 나는 솔로 10기 멤버들과 함께 한 듯하다.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으며 우아하게 시작했는데, 밤이 깊어갈수록 직업이 3개인 리치 언니 정숙님과 손선풍기 안 가져왔어요 x 6회 반복의 영수님 그들의 김치찌개 대첩. 그대라이팅의 영식님. 일편단심 현숙과 충청도 남자 영철의 러브라인에 탄식, 환호, 응원, 부끄러움(왜 내가 부끄럽지), 오글거림 여러 감정을 느끼며 밤을 보냈다.
오양과 정지는 마치 월드컵 중계방송의 김성주와 안정환처럼 졸려하는 나를 위해 클라이맥스인 김치찌개 대첩 직전 아슬아슬 쌓여가는 감정의 탑을 화면을 통해 봐야 된다며 스킵 버튼을 연신 돌려가며 설명했다.
꽤 오랜 시간 본 듯했는데 아직도 3일 차!!! 대체 왜 아직도 3일 차인 것이냐!!
다음 날 아침 일어나 한 바퀴 달리고 싶었으나 사우나로 만족. 얼마 만의 사우나인가.
늦은 밤 컵라면으로 지친 속도 달래며 3번째 와인까지 마신 우리 친구들이 힘을 내어 조식 식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젯밤 결국 보지 못했던 김치찌개 대첩의 전말에 대해 소상히 들었다.
조개구이 집에서의 소통의 어려움. 상철의 눈물. 사랑을 쟁취한 현숙.
하룻밤 지났을 뿐인데 내적 친밀감이 이렇게 쌓이다니.
아침도 든든히 먹었고 잠시 산책을 하고 체크아웃을 하기로 했다.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선전하는 트리하우스와 북한산 풍경의 인피니티풀을 찾아 떠나보기로.
알싸한 추위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2022년 우리는 두 번 만났다.
분기별 만남은 이제 지키지 못하고 반기별에는 꼭 한 번은 만나기로 했는데 그것도 지키지 못할 듯 싶다가
올해 가을에 번개가 성사돼서 마치 보너스 1회 쿠폰을 얻은 듯하다.
내년에는 몇 번의 쿠폰을 얻게 될지 궁금하다.
신의를 중시하는 우리들이므로
비 오는 날 종로 어느 한옥에서 막걸리를 마시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