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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박넝쿨 한 장에도 성내는 요나와 나

by 와락 2023. 11. 5.

하나님이 요나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 박넝쿨로 말미암아 성내는 것이 어찌 옳으냐 하시니 그가 대답하되 내가 성내어 죽기까지 할지라도 옳으니이다 하니라 
- 요나서 4장 9절
 
 
 
 
목사님 설교 말씀 중 박넝쿨 한 장에 분노하는 요나가 나왔다.
요나서 4장 1절은 '요나가 매우 싫어하고 성내며'라고 쓰여 있는데...
어느 정도로 철딱서니 없이 화를 냈길래 그리 기록되어 있는가... 쯧쯧 싶지만... 내 모습이라는 사실.
 
요나의 박넝쿨 분노 이면에는
'내가 얼마나 순종했는데, 내가 한 게 얼만데'
내가 잘한 무언가 때문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며 서운해하고 있는 거라고 목사님이 설교하시는데
아 나에게 하는 말씀이신가 싶었다. 
 
 
중1 아이가 흰자위가 더 많이 보이도록 눈을 치켜뜨면서 말대답을 할 때마다 복장이 터진다.
내가 지한테 한 게 얼마인데
회사에서 실적에 압박 받을 때도 숨이 턱 하니 막히는 기분이다. 
하아... 내가 한 게 얼마인데
교회 봉사하는데 이런저런 요구를 받을 때는
허 참 내가 한 게 얼마인데 
 
 
요나병에 걸려 
박넝쿨도 아닌 호박잎 한 장 정도에 핏대를 올리는 나를 보게 된다. 
 
주일 꼬박 봉사 시간에 할애하던 어느 날
남편에게 쫑알쫑알 '내가 한 게 얼마인데'라고 말하던 중  
이재철 목사님 말씀 한 구절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 영상으로 나왔다. 
 

소금은 맛을 내고 부패를 방지해 준 다음에  자기는 녹아서 없어집니다.
봉사를 하는 자들은 헌신하는 자는 희생하는 자들은 자기가 없어져 버려야 돼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예배를 통해서 자아실현을 하고 자기 가치를 구현하려던 나를 뽀개어서 희생하는 사람을 거듭나고 
내 봉사를 과장하고 당위성을 칠하던 나를 회개하면서 내가 소금이 되어서 어디서든지 맛을 내고 나는 없어지는 거 
예배를 통해서 가능해 지는 겁니다. 

 
 
아....? 나 다 듣고 있어... 라며 유튜브를 통해 보여주시는 가 보다 싶어 입을 다물었는데
여전히 투덜거리는 나에게 오늘도 요나서 박넝쿨을 통해 '지금 여기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중1 아이도 나도 성장의 한 계단에 있는 것일 테고
언젠가 아이가 집을 떠나면 이 시간을 그리워하겠지(미래의 나님이 확인해 주길 바란다)
 
올해는 또 한 번 도전의 날들이다
마음이 약해질 때면 믹스커피를 한 잔 들이켜고 단전에서부터 인내심을 끌어올려 하루의 과제를 마친다.
열에 아홉 이상은 거절의 날들인데 나를 거절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다시 일러두고
다시 고객센터에 문의 메일을 남기고, 상담 요청을 하고 처음부터 시작한다.
가끔은 라떼를 시전 하면서 내 나이 마흔셋에 이렇게 해야 하나 싶다가도
시원하고 등따신 사무실에 앉아 이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가 교만해진 나에게 깜짝 놀라기도 한다. 
 
교회에서의 봉사는 소금이 되고자 하는 소망은 없었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시작했는데 
지나가면서 말한 게 시발점이 되어 내가 그 일을 맡게 되었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
백업자가 없고 묻어갈 수 없는 봉사라 티가 너무 많이 난다.
처음엔 으쓱거리며 했다가 주일 오후 꼼짝없이 5시간 가까이 컴퓨터 앞에서 쉬지도 못할 때면 
갑자기 화가 올라오기도 하여 남편에게 이 얼마나 힘든 건지 토로하기도 하는데..
낮잠을 자다 깬 남편은 그럼 3개 할 걸 2개나 1개로 줄이라는 도움이 안 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6월 시작할 때보다는 속도가 빨라지고 결과물도 전보다 퀄리티가 좋아진 것 같다(자체 판단) 
또한, 숫자가 증가되는 걸 보면 뿌듯함도 있다.  
덕분에 설교 말씀도 여러 차례 듣고 있는데 성경 구절을 묵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예전 논문심사 때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처럼 해석한다고 교수님께 질책을 받았는데
나의 해석 프레임이 그저 상관관계 일 뿐인데도 인과프레임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성내어 죽기까지 할지라도 내가 옳으니이다 하는 요나를 보며 
나는 저러지는 말아야겠다 싶지만 인간은 늘 실수를 반복하므로
미래의 현명한 나(가 되기를)는 '내가 한 게 얼마인데'가 생각나는 순간
'박넝쿨과 요나'를 떠올리며 심호흡을 3번 정도 할 것이다.
목사님 말씀대로 니느웨를 위해는 3장 한 장에 다 쓰셨으나
사춘기 소년이 반항하듯 성내는 요나를 위해서 4장 전체를 할애하신 그분을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