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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박민규는 비공식모임 '**마음'을 결성하게 해 준 장본인이다.
일년에 1~2번 모이는 멤버들(=한국 사회의 루저들이라 일컫는 우리들)에게
박민규는 교주와도 같은 분이었으나.
'핑퐁'은 외계사회로 가버린듯 하여 낯설었는데..
다시 돌아왔다. 너무나도 평범하고,어쩌면 평범이하인 우리들을 위해..
“저는 늘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경쟁력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박민규 작가 인터뷰 글 중에서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릴 정도로 못생겼다는 그녀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 이다.
20대 성장소설을 빌려 그렸으며, 작가 스스로는 '80년대 빈티지 신파'라 한다.
여전히, 그의 필력만큼이나 술술 넘어간다.
그러나, 마지막 Writer's Cut 은 '진심으로 80년대 신파영화' 분위기라
출판사의 권고로 마무리 한 것 같은 해피엔딩이 훨씬 낫다.
*밑줄 그은 구절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하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운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으로 이해한 사람들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P.15
인간은 대부분 자기(自己)와, 자신(自身)일 뿐이니까. 그래서 이익과 건강이 최고인 거야.
하지만 좀처럼 자아(自我)는 가지려 들지 않아. 그렇게 견고한 자기, 자신을 가지고서도 늘 남과 비교를 하는
이유는 자아가 없기 때문이지. 그래서 끝없이 가지려 드는 거야.끝없이 오래 살려 하고...
그래서 끝끝내 행복할 수 없는 거지. 그래도, 하고 나는 물었다. 결국 그런 사람들이 이익을 보는 건 사실이잖아요. 보겠지, 도대체 그래서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고? p.156
사랑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무료, 해도...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인간들은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고 나는 믿었다. 무료하므로 돈을 모으는 것이다... 무료해서 쇼핑을 하고, 하고, 또 하는 것이다... 잘 살아보자고 모두가 노래하던 시절이었지만, 그 역시 삶이 아니라 생활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잠깐의 삶을 살다가
이제 생활을 하는 인간이 되어 나는 그 속에 섞여 있었다. p.300
고대의 노예들에겐 노동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대의 노예들은 쇼핑까지 해야 한다. p310
더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
당신 <자신>의 얼굴을 가지라고 작가는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예인 우리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지라니...
사실 가능할까 싶긴 하지만, 노력해 보려 한다.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나의 빛을 '나와 상관없는 그들'에게 나눠주지도 않고 말이다.
그리고, 너무 부러워 하지도 말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잖아.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