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거실의 작은 책장에 책을 꽂아 두고
매일 보면서 혼자 흐뭇해 하곤 했다.
읽지도 않고 한창 책 사재기에 열중인 때라
제목만 봐도 얼마나 행복하던지^^
결혼 후에 시댁에 들어와 사느라
책장은 언감생심 꿈도 못꿨는데
분가하면서 우리 만의 '책방'을 꾸밀 수 있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대로 '서재라고 부르기에는 초라하지만 그래도 책이 가득하여
개인들이 열심히 독서를 하는 그 방' 말이다.
물론, 우리 방에는 '책이 가득'하다는 표현을 쓰기엔 많이 부족하다.
공간박스를 활용해서 한쪽 벽은 채웠는데..
친정에서 띄엄띄엄 가져온 나의 책들과
남편이 중학교때 부터 본 영어책과 전공서적들과 한데 섞여 있어
책 보관함 정도로 부르는게 좋을 듯 싶다.
'서재 결혼 시키기'는 저자가
어릴 때 부모님의 영향(두 분 모두 작가)으로 책을 좋아하게 되고
책을 통해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기르며
사는 이야기를 특유의 글솜씨로 맛깔나게 풀어내고 있다.
오래간만에 이렇게 '글맛'이 느껴지는 번역서를 읽으려니 너무 즐거웠다.
(아, 나의 이 부족한 어휘력이여..더 좋은 표현도 있을텐데!)
몇 편의 에세이는 서 너번 이상 다시 읽어보기 까지 했다.
저자의 필력도 대단하지만
알랭 드 보통의 전담 번역작가인 정영목님의 번역 솜씨가 뛰어나서 인 것 같다.
정영목님께 감사를~~~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혼자 킥킥 대다가, 밑줄 긋고 연필로 감히 비평도 했다가.
고개도 끄덕이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파워블로거 중에는
대단한 독서가, 애서가들이 많아 그들을 보며 위축되기도 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마냥, 순수하게 책을 좋아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지적허영심'을 매우 충만하게 업시킨
그녀의 추천 도서들은 빠른 시일 내에 꼭 읽어 보리라.
#밑줄 그은 구절들
"전자 제품에 비유하자면, 책갈피를 끼우도 책을 덮는 것은 '멈춤' 단추를 누르는 것이고,
책을 펼친채로 엎어 놓는 것은 '일시 중지'단추를 누르는 것이지."
p 66
그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잘 자라고 입을 맞출 때도 나는 우리가 젊은 시절의
사랑의 단거리 경주를 졸업한 것이 아쉽지 않다.
결혼은 장거리 경주이며, 낭독은 이따금씩 탈진하는 경주자들의 힘을
복돋워 주기 위해 조제된 낭만적인 게토레이라고 할 수 있다.
p 188
부모가 느끼는 많은 만족 가운데 아이들이 새 책을 처음으로 여는
순간의 표정을 지켜보는 것보다 짜릿한 일도 없다.
p 218
그가 나에게 보냈던 헌사를
점점 더 깊어지는 사랑으로 그에게 돌려주고 싶다.
"이것은 당신의 책이기도 해. 내 삶 역시 당신 것이듯이."
p 218
내가 이 책을 헌정한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어주었고,
그 때마다 매 음절에 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실어 보냈다.
p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