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_댄 에리얼리

by 와락 2021. 11. 7.

 

 

행동경제학자 댄 에리얼리가 인간의 동기 복잡성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 기록한 내용이다. 

160페이지 정도의 짧은 책이고 테드에서 영상으로 소개되었다(미처 보지 못했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빅터 플랭크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책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삶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의미와 목적의 부재라 작가는 말하는데 이 내용은 실존 치료의 대표 학자인 빅터 플랭크의 로고테라피(Logotherapy)와도 연결되어 있다. 로고테라피의 기본 세 원칙은 자유의지, 의미에의 의지, 삶의 의미이며 삶의 모든 상황-가장 처참한 상황에서도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책의 내용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 _ 불행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까?

작가가 10대 시절, 교통사고로 전신 70%의 화상을 입고 3년간 병원에 머물려 고통스럽게 치료를 받았던 비극적인 기억을 소환하며 비슷한 고통을 겪는 가족을 만나 고통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의미'와 '연대감'을 느낀다. 

 

1. 나와 타인의 의지를 파괴하는 방법_사람은 무엇으로 일하는가

한 IT 기업에 초대되어 시시포스 조건하의 실험에 대해 강연한다. 조건이 다른 두 집단 A,B로 나누어 A 집단은 레고 조립 대가로 2달러를 주고, 실험이 끝나면 조립한 것을 분해해 두었다가 다음 참가자에게 조립할 것이라 한다. B 집단에게는 조립을 하면 동일한 보수를 제공하되 다른 점은 참가자가 조립을 완성하고 다음 것을 시작하자마자, 연구진은 참가자의 눈앞에서 완성품을 분해했다. 즉, A 집단은 '의미 있는' 조건에서 조립하고(의미 있다는 건 일단 완성하는 행위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B 집단은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와 같은 환경을 제공했다. 결과는 A 집단에 비해 B 집단은 평균 4개 정도 적은 수를 조립했다. 이러한 레고 실험과 엔지니어들이 처한 실제 상황이 유사하여 강연을 듣던 직원들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졌다는 것이 인상 깊다. 

 

 

2. 애착과 확증편향_그 사람, 사물, 생각에 애착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이 직접 가구를 조립하게 만드는 이케아, 동봉된 설명서를 보고 헤매다 조립을 끝내면 묘한 만족감을 주고 다른 가구보다 애정을 가지고보게되는 것이 이케아 효과다. 더프 앤 존스는 케이크 믹스에서 계란 분말과 우유 분말을 빼고 조리 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출시하여 사람들에게 직접 조리하는 기분을 준다.  두 사례를 통해 사람들은 대상에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투자할수록 강한 주인의식을 느끼게 되고 결과물에 대한 애착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걸 알 수 있다. 이케아 효과를 보다 더 확인하기 위해 작가는 통제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시간당 보수를 받고 종이접기를 한 다음 원하는 사람에게 구매하게 하였다. 많은 창작자가 보수를 받기 위해 만든 종이학을 다시 돈을 내고 구매하겠다고 했으며, 그 가격은 구매자들이 부른 것보다 다섯 배나 높았다. 이러한 실험의 맥락에서 자녀 양육을 대입하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키운 자녀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이며, 부모는 양육의 과정을 통해 의미와 연대감을 느끼고 아이들을 고요한 존재로 느낀다. 즉 의미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땀 흘려 노력할 때 비로소 의미는 생겨난다. 

 

 

3. 화성에서 온 돈, 금성에서 온 피자, 목성에서 온 칭찬_돈은 생각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동기와 성과에 관해 인텔 반도체 공장에서 한 실험 결과(근무 1일차 그날 목표 달성 시 보상 제공) 금전적 보상, 피자 쿠폰, 칭찬, 대조군 순으로 직원의 성과가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 꼴찌는 예상한 것과 같이 아무것도 받지 않은 대조군이었으나, 세 가지 보상 중 예상과 달리 가장 적은 상승효과를 보인 것은 현금 조건이었다. 2일 차부터는 현금 보상을 받은 집단의 성과가 대조군보다 저조했다. 칭찬 집단의 첫날 성과는 가장 높았으나 3일 간 서서하 하락해 대조군과 비슷했고 피자 집단은 현금 집단보다는 높고, 칭찬 집단보다는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를 볼 때, 사람들에게 일이란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 그 이상임을 이해할 수 있다. 

 

 

4. 죽음, 관계 그리고 의미_불멸에 대한 광기 어린 갈망, 그리고 모든 것을 정복하는 사랑

장례식이나 죽음과 관련된 의식을 관찰하면 상징적 불멸에 대한 우리의 깊은 욕구를 알 수 있다. 의식하든 하지 못하든, 우리는 유한한 육체의 삶을 넘어 나의 자녀나 업적을 통해 죽음 이후에도 기억되기를 원한다. 부자들이 자선 재단을 설립하거나 건물에 자기 이름을 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산을 남기고자 하는 우리의 강력한 동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것은 그 어떤 동기보다도 인간의 복합적으로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는 렌즈로써, 우리가 막 발견하고 진가를 이해하게 된 동기 방정식을 살펴보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에필로그_거의 모든 것에 대한 대답

세상의 모든 동기 유발 요소 중 가장 흔히 사용되는 돈은 통설과는 달리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돈은 종종 동기를 저해합니다. 사람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다양하고 복잡하겠지만, 동기를 저해하거나 파괴하는 방법은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그의 일을 무시하거나 묵살하면 됩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전 회사의 조직에서 카페테리아에 모여 대화를 나누던 동료들이 기억났다. 

커피를 한 잔 앞에 두고 착잡한 심정으로 둘러 앉아

어차피 '이렇게 돌을 굴려봤자, 내일이면 다시 또 똑같이 굴려야 할 텐데' 라며 자조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후 어느 날 '심리적 계약'이란 단어를 접하게 되었고, 관련해서 공부가 하고 싶어 대학원까지 가게 되었다.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어차피 굴려야 할 돌이면 좀 더 재미있게 굴릴 것을 말이다. 

책의 저자가 말한 대로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지겹고, 그 지겨움도 지겹고 권태로웠지만

카페테리아에 모여 어제의 돌 굴리가 얼마나 지겨웠음을 토로하기 바빴지

보다 즐겁게 굴려볼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돌을 굴리고 있다.(그러고 보니 지금도 세탁기에 세탁물이 돌아가고, 주시봉은 주간 학습장을 출력해 달라고 하고 있고, 막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을 쿠팡 로켓프레시로 주문해 두었다).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 유발 요인은 '연대감'이라고 한다. 나는 부모 된 자의 '의무감'으로 꾸역꾸역 해 내고 있는데 이것을 사랑하는 아이들과의 '연대감'으로 고쳐 써야겠다. 연대와 의미, 주인의식, 장기적 관계에 투자하고 그 힘을 제대로 쓴다면 사람의 동기는 화수분처럼 멈추지 않을 거라 하는데 과연 어떨지. 오늘 밤부터 어떻게 하면 보다 즐겁게 돌을 굴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밑줄 그은 구절

 

동기 유발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 메리엄-웹스터 온라인 사전에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할 이유를 주는 행위 또는 과정이며, 행동이나 일을 하려는 열망을 가진 상태'라고 나와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에게 열정을 부여하는 힘의 정체를 알아보는 것이다. 언뜻 보람도 없어 보이는 일을 꾸역 꾸역 해내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매일 비슷해 보이는 업무를 반복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항상 즐겁지만은 않은 인생이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나와 당신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것은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그들의 열의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관리자들의 절실한 필요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p 9 

 

당신도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이 지겹고, 그 지겨움까지도 지겹다면, 그래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권태롭다면, 이렇게 생각하라.

'어차피 돌은 굴려야 한다. 그렇다면, 재미있게 굴리리.' 작은 생각의 변화가,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은 '다름'을 가져다 줄 거다. p 60

 

우리는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결과물을 사랑하게 된다. 결과물을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면서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때 보너스처럼 따라오는 것은 자기중심적 편향이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은 나만큼 내 작품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어쩌면 내 작품의 팬은 나 혼자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p 86

 

의미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우리가 땀 흘려 노력할 때 비로소 의미는 생겨난다. p 87

 

우리는 친밀한 관계를 고정된 파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이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진다. 부모, 배우자, 자식에게 사랑을 받을 때 그만큼 내가 줄 사랑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투자를 적게 할 때 관계의 연대감은 약해지고 보상도 줄어든다. 반대로 투자를 하면 할수록 관계는 더 강해진다. 이 관계의 동기 방정식에서 사랑이라는 인센티브는 차곡차곡 누적된다. 굳건한 인간관계에서 개인들은 서로서로 지지하여 모두가 이기게 된다. p 113

 

한정된 파이를 나누려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파이 자체를 확장하려는 태도는 어디에서나 필요하다. 이는 곧 직장에서도 돈 외에 다른 형태의 인센티브를 도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의 의미와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요소를 인센티브로 도입해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서로 연대하고 몰입하고 도전할 때, 신뢰와 자율성을 부여 받았다고 생각할 때, 노력에 대해 인정받을 때 사람들의 의욕과 즐거움, 성과의 총량은 훨씬 더 커진다. p 114 

 

신뢰와 선의의 교환은 인간 동기의 가장 중요하고 내재적인 부분이다. 우리 삶에서 신뢰가 맡는 역할을 생각해보라. 매일의 일상에도 신뢰가 빠지지 않는다. 직장 동료가 내 물건을 훔치지 않을 것이며 내 개인정보를 존중할 거라 믿고, 구내식당 직원들은 우리가 먹을 음식을 좋은재료로 신선하게 만들기 위해 애쓸 것이라고 믿는다. p 124

 

캠벨 수프 컴퍼니의 전 CEO였던 더글라스 코넌트는 직원들의 선의를 강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알고 활용했던 사람이다. 그는 어떤 직원이 선의의 행동을 했다고 직접 듣거나 제보를 받은 경우, 그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손편지를 써서 보냈다. 코넌트가 CEO를 그만둘 때까지 쓴 손편지는 3만 통이 넘는다. 사실 선의를 조성하기란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다. 격려의 말과 가끔 건네는 선물, 그리고 진심을 담은 눈빛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동시에 선의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주 많다는 것도 기억하자. 선의는 쉽게 조성할 수 있지만 파괴하기는 그보다 더 쉽다. p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