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달리기 같아요. 진짜로 너무 힘들어요 달리면
내가 미쳤지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생각이 드는데 아마 다른 러닝 하시는 분들도 그럴 거예요.
저쪽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사람들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거죠.
저렇게 열심히 잘 달리고 나보다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저 사람도 속으로는 되게 힘들 거야.
지금 당장 그만두고 싶을 거야.
아니면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달릴 수 있기까지는 진짜 오랜 시간 꾸준히 달린 사람일 거야.
그게 인생에서 꽤 도움이 돼요
- 김지윤 박사님 / 유튜브 E.O 최성운의 사고실험
5월 5일 어린이날
중간고사 기간 동안 고생한 1호와 덩달아 스터디카페도 들락거린 2호를 데리고 동대문 노보텔 호캉스를 다녀왔다.
청계천을 달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봄비가 부슬부슬 내려 아쉬웠지만...
우중런을 할지도 모르니 바람막이와 달리기 복장을 단단히 챙기라는 남편의 조언에 여분의 운동복을 잔뜩 가방에 넣었다.
어딘가로 출발하는 길은 늘 마음이 가볍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뉴진스 영향인지 반 여자아이들 대다수가 찰랑거리는 머리를 위해 매직을 한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야기를 해서
첫 번째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미용실 예약도 해 두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널찍한 소파에 드러누워 큰 화면의 TV를 틀고
남편은 침대에 누워 잠시 쉰다.
비가 좀 잦아들어야 뛰러 갈 수 있을 텐데 창 밖을 주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중런도 괜찮으면 한 번 나가볼까?
바람막이에 모자까지 야무지게 챙겨 입고 신발 끈을 동여맨다.
동대문 청계천 달리기라. 한 번도 뛰어 보지 않은 주로라 설렌다.
이런, 아쉽게도 비가 내리면 청계천 산책로가 침수되어 출입을 통제한다고 한다.
통제할 줄은 몰랐는데, 이대로 다시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자전거도로 위라도 뛸 것인가.
여기까지 왔는데 광화문 까지는 가봐야지.
남편과 대화를 별로 하지 않고 숨소리만 공유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뛰는데 편하다.
앞서 달려오는 외국인들을 보면 멋있다. 빗 속을 뚫고 달리는 멋진 러너의 느낌이랄까.
러닝쇼츠에 탱크톱만 입고 성큼성큼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화보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 보인다.
빗 속을 달리는 건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이전에 30일 달리기를 시도할 때 비 오는 날에 주차장에서 뛰었던 적은 있었지만 비를 홀딱 맞으며 뛴 건 처음인 듯하다.
평소보다 종아리에 힘이 더 들어가는지 6km 남짓 뛰었는데도 체감은 10km 넘게 뛴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은 좀 더 속도를 내서 뛰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바로 숙소 앞이었다.
동대문에는 여러 번 왔지만 남편과 달리기를 해 본 것은 처음이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 달릴 수 있는 주로가 근처에 있는지, 운동센터는 있는지 탐색한다.
달리기로 인한 많은 변화다.
아직까지는 숨 가쁜 얼굴로 달리지만
조만간 멀쩡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달리는 나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사실 매우 천천히 뛰고 있어... 충분히 멀쩡한 얼굴이긴 합니다만)
더욱 오랜 시간 꾸준히 달려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