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기대는 실로 오랜만1 기대하다 여기에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하나의 스펙터클로 소비하려는 심리가 결합한다. ‘나’는 상대의 거대한 슬픔에 압도되어 함께 울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렇게 함께 울고 공감하는 것으로 나의 선량함과 공감능력을 증거할 기대를 하고 있는데, 정작 고통의 당사자인 상대가 그렇게 고통스럽지도 슬퍼 보이지도 않는다. 마치 엄청난 기대를 하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기대했던 것만큼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이 나오지 않아 실망한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 관객처럼, 타인의 슬픔이 제 기대치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면 바로 실망하고는 앞서 인용한 것처럼 ‘속지 않기 위한’ 비난에 동참한다. 이 지경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남의 삶을 저울질해 감정의 순도를 감별하는 판관이 아니다. 타인의.. 2016. 10.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