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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함께

미국에 다녀왔습니다(3) 17.08.14-08.26

by 와락 2017. 8. 31.

우리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디즈니랜드 정도만 다녀오려고 했었기 때문에

주일 교회에서 만난 분들이 입을 모아  '호호호, 그래서 어디 갈 계획이에요?' 라고 질문할 때 

'디즈니랜드요'라는 대답을 했었다. 서로 따스한 눈빛을 주고 받으며 '하하하 그리고 또 어디요?" 라는 물을 때는 

어색하게 웃으며(우리는 한 번 더 질문을 받게 될지 몰랐으므로) 우물쭈물 말끝을 흐리고.

선물 사고 남은 돈은 아껴서 누나를 주고 가자는 남편의 말에 동의 했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를 보고 싶다는 나의 말에 7시간은 운전은 싫다며 단칼에 거절하는 남편이었으므로

무언가를 보고 가야 한다는 의지는 꺾였고. 

새벽 6시 30분에 출근하며 빨리 퇴근해도 밤 10시가 넘는 시각.

출퇴근만 지하철에서 4시간 가까이 쓰며 주말에는 밀린 잠을 청하는 남편이 지저분한 턱수염을 손으로 쓸며

꼭 운전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되서. 


금문교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라고 여수대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럴 거면 미국은 왜 왔나요.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말은 꿀꺽 삼켰다. 

잊지 마십시오. 여기는 지금 시아버지, 시누이, 고모부가 있는 곳입니다. 



성경모임에서 형제님과 자매님들이 매일 세 끼 밥 하느라 핼쓱해진 시누이 얼굴을 한 번 쓰윽 살피고는

재차 우리부부의 여행 계획을 묻고 제안(레고랜드, 시월드 등)하길래 그제서야 집에만 있으면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책장 안쪽에 꽂힌 미국 서부 여행 가이드북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고모부의 도움으로 렌트카를 예약하고 

레고랜드, LA 페이지 박물관, 디즈니랜드를 다녀오기로 했다. 돌아와 보니 가길 잘 한 것 같다. 

시봉이의 꿈이 사육사에서 레고 디자이너, 동물뼈 연구가, 수영선수 등으로 확장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여러 경험이 쌓여도 경선생은 몇 년째 발레리나를 고수하고 있는데 시봉은 경험에 따라 즉각적으로 변화된다. 

같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지만 인간은 정말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경선생은 수영장에서도 수중발레 비슷한 동작을 흉내내고 있었으니.





미국에서 그것도 내가 방문한 동네에서 퇴사한 직장 동료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경력직 입사 동기인데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웠다. 

게다가 레고랜드에 간 날, 그녀도 그 장소에 있었다고 하길래 놀랍기도 하고. 

동네 스타벅스에서 만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얻어 마시며 근황을 나눴다. 

일상적인 미국의 생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직장 동료들의 이야기, 안타까운 누군가의 부고까지. 

 

대화가 마무리 되어 갈 때쯤 

그녀가 시누이가 받은 영주권과 고모부의 직장, 오게 된 동기 등에 대해 묻길래 대답을 하는 와중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영주권을 소지하는 것이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터라 그런듯 한데

뭐랄까. 아 이제는 이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아니구나.



일주일 동안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감상에 빠져 있다가 

불과 얼마 전까지는 한국 사람이었고 실상 지금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으나 

'우리'가 아닌 3자적 시점에서 '한국 사람들'은 이라고 지칭 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니 낯설었다. 

 

대학 입학과 관련된 것은 여기서도 엄마의 라이딩으로 승패가 갈리는데 

아시아인과 백인 중심으로 과외 수업을 시킨다고 한다.  

특히 아시아인(인도, 중국, 한국 중심)이 열성적인데 그 중에서도 한국인은 쉬쉬 하면서 몰래 시키고. 

한인 엄마들 단톡방에서는 여러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방학 때 아이 친구 엄마가 수학 선행 준비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 봐서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여기도 다를 게 없는 것인가. 





미국에 대한 환상이랄까. 

일주일간 차곡 차곡 바람을 불어 넣어 빵빵해진 풍선에 미세한 바늘구멍이 난 것 같았다. 

쉬익- 하고 조금씩 줄어드는 풍선을 대롱대롱 달고 집에 돌아오는 길.

데이타로밍 신청도 안했는데 길을 잃고 말았다. 

이 부분은 여러 차례 염려했던 남편의 예상과 일치했는데, 아무래도 와이프가 온전하게 집에 오지 못할 것 같다며

내 폰을 가져가 구글맵을 설치하고 집에 오는 길도 설정해 주었으나 

길치를 대표하는 사람답게 스마트폰은 그저 가방에 넣어두고 길의 분위기와 지붕 색깔(근데 다 비슷함), 

현관 계단 앞의 둥근 모양. 나무의 뾰족한 형태 등에 의존하면서 오로지 느낌에 충실한 채 집으로 향하다

결국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익스큐즈 미 

캔 유 헬프 미? 

아이 로스트 마이 웨이 홈.

하우 투 아이 겟 홈? 



뒤늦게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보며 더듬더듬 5단어 내외로 친절한 미국인에게 도움을 청해봤으나

지나치게 친절한 그들은(모르면 모른다고 했어야 하는데) 나를 더욱 더 잘못된 길로 인도하였다.

특히 할아버지 두 분은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내 앞에서 5분 넘게 언쟁을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 인종을 초월해서 비슷해 지는구나를 느꼈다.

 

커피를 먹고 난 이후라 이뇨작용과 긴장감이 더해져서 화장실 생각이 간절했기에

혼자 걸어가야 겠다는 생각은 길을 잃은지 40분만에 접고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 상황이라 허탈하게 웃으며 동시에 본인의 판단력을 더욱 더 확신하게 되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화장실이 급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편를 기다리는 중 개  한마리 데리고 산책을 나가다 내가 걱정된다며 

되돌아 와서 자긴 배드 퍼슨 아니고 굿 퍼슨이니 안심하고 본인 집에 같이 들어가 인터넷과 전화를 사용하라는 

백발의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그리고 화장실에 가도 될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끝끝내 하지 못했다. 그냥 바보 같이 땡큐 쏘 머치, 아임 웨이팅 마이 허즈번드. 아임 쏘 임배러스트 라고만 

말하고 돌아왔는데 진심으로 그 분께 감사했다. 








무사히 집에 돌아와 교회 모임에도 가도 

직장 동료의 큰 도움으로 디즈니랜드도 할인된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빚을 진 듯 해서 트레이더 조 기프트카드를 내밀었으나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기쁜 마음으로 준 것인데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여 민망하기도 하고 멋쩍었다. 

겨울에 한국에 가니 그때 차 한잔 사달란 말에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이들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것으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기프트카드를 해서 서로 무안해 진 것 같아 후회되고. 


 

그래도 그녀를 만나서 
길을 잃고 헤매긴 했지만 위기에 처한 외국인을 도와주려는 미국인들의 친절함을 경험해 보고 
디즈니랜드도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잠시마나 가열차게 가동하던 나의 망상 공장이 멈췄다.

기회만 있으면 '지금,여기'가 아니고 '나중에, 여기가 아닌 저기'를 기웃거리는 나를  재발견했다고 해야 하나. 
여러 어른들의 피드백을 받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하면서 조금씩 내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 줄기 자극만 받아도 버튼이 눌린 것 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며(내 자신 보다 내 자식의 미래에 안절부절)
지금의 행복을 소중하게 누리지 못하고 계속 유예하고 있다.
 

그래서 남은 5일간은 '지금,여기'에 충실하며 즐기려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어서인지 아니면 시차적응이 되었기 때문인지 잠도 편안히 잘 수 있었다. 











레고랜드 입구. 별 기대가 없어서 입장할 때는 아 여기가 레고랜드구나 했었다. 


아이스크림 사주기 전 시봉.


사주고  난 후


진정한 승자라고나 할까

레고 디자이너들. 그들이 연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덕후의 기운이 유리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이 놀이기구는 인상적이었는데 기구에 탄 채 물대포를 쏘면 조준이 잘 되지 않았다.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조준하면 제대로 젖는데 약간 포트리스 게임 같기도 하고. 

미국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아이고 어른이고 웃으면서 작정하고 물대포를 쏘는데 

바람막이 외투를 입었는데도 흠뻑 젖었다.  

처음에는 하하하 신나게 웃던 우리도 내릴 때에는 아까 그 사람들 어디 갔어라며 찾아보기도.


LA 페이지 박물관

저 앞에 검은 기름 같은 것은 타르라고 한다. 아직도 나오고 있다며.


박물관 중앙에 저렇게 연구원들이 화석의 뼈를 조심스럽게 손질하고 있다. 


처음에 가이드북에서 이런 사진만 보고 자신있게 공룡을 보러 가자고 했는데

매머드를 비롯한 동물들이었다. 검색을 나중에 해서 알게 되었지만.

시봉이가 계속 공룡은 어디에 있냐고 물어 봤었다. 

미안하다 딸아. 




박물관 옆에 있던 피자 가게. 라지 사이즈 피자가 21달러 정도 하는데 맛있었다.

조카가 피자를 못먹는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 다시 일본 마켓으로 이동했고.



디즈니랜드는 일 주차권은 20불 정도인데 거대한 주차빌딩에 순서대로 주차를 하고 나면

저 트램을 타고 가야 한다. 짐 검사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입장권 검사.

우리는 온라인으로 미리 구매를 했기 때문에 입장권을 사기 위한 엄청난 줄은 가볍게 패쓰할 수 있었다. 



드디어 방문한 디즈니랜드. 

나름 에버랜드 연간 회원으로 사람 많은 놀이공원은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랜드만 방문했는데도 체험한 놀이가 몇 개 없을 정도로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40불을 더 주고 패스트패스를 샀지만 한 시간에 하나 정도만 예약해서 탑승할 수 있는 거라

인기 많은 놀이 기구 중 2개 정도는 결국 체험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역대 디즈니 프린세스들의 드레스를 전시해 둔 곳 

그 옆 방에는 드레스와 함께 화장까지 해주고 있었다. 




스타투어 였던가. 남편이 흥분하면서 일순위로 찾아간 곳인데 

나랑 경선생은 멀미 난다고 힘들어 했다. 




온 가족이 제일 즐거워했던 놀이 시설.

에버랜드의 썬더폴스랑 비슷한데, 나는 물에서 떨어지는 놀이기구가 제일 재미있다. 




물욕을 참느라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