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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시험을 대비하는 자세

by 와락 2020. 7. 15.

시작은 작년부터였다. 

아이들을 재운 후, 수험서적을 여러 권 두둑이 주방 테이블에 올려놓고

방에서 노트북을 들고 나와 하염없이 드라마에 빠져 있는... 

이런 내가 한심하고, 당황스럽고, 어이없고, 달력에 동그라미 친 시험날짜는 그저 압박스럽기만 한데

두 눈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으며 드라마의 남주를 보는 나의 광대는 하염없이 올라가고.

밤새 공부하는 줄 알았는데 동틀 때쯤 침대로 기어들어오는 와이프의 현실을 알게 된 남편은 그저 웃을 뿐.

이쯤이면 현실 도피. 알아 나도 알아 알고 있다고!!! 

 

 

그런 와중에도 마감력을 믿는 나 답게

마지막 밤샘 공부 끝에  필기를 합격했고, 실기는 2점 차로 떨어졌다. 부끄럽... 

엘리스의 합리적 정서치료 이론 ABCDE 모델을 설명하라는 질문에

너무나 당당하게 Belief를 Behavior로... 정말 평생을 잊지 못할 것이다. 엘리스 선상님. 죄송합니다...

 

실기에 떨어진 후에는 

나의 시험공부를 함께 동행해 준 그 남자 배우와 이쯤에서 끝내자며...'그동안 고마웠어'라고

혼자 쿨하게 이별을 고했다. 정말이지 그 후에는 그 배우가 나오는 어떠한 영상에도 감흥이 없다. 

그가 광고하는 홍삼 CF를 볼 때면 작년에 준비한 시험 과목이 떠오르는 정도랄까...

 

 

그렇게 작년을 보냈음에도

올해도 어나더 자격증 시험을 대비하면서 

남들은 아주 오래전에 본 드라마에 빠져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파리의 연인 이후로는 보지 않았던 작가의 드라마이며...

우연히 TV에서 '파국이다'라고 외치는 조연배우의 명연기를 보고도 전후 맥락을 몰랐기 때문인지...'뭐래' 라며 무감하게 채널을 돌렸는데

4년이 흘러 넷플릭스의 지속된 추천을 지나치지 못하고 재생을 누르고 난 후에는

시험 준비라는 압박을 느끼면서도 주연 남자 배우의 2017년 드라마까지 찾아보고 있다. 세상에나.

당시 나는 남편과 데이트하느라 바빠 그 드라마는 보지도 못했는데... 

 

드라마 OST를  들으며 출근하는 길, 남자 배우의 애절한 연기를 떠올린다. 

물론, 카톡과 슬랙과 아이들의 전화는 현실을 놓지 말라고 계속 노티를 주지만.

 

시험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당분간 그 배우분이 나의 시험 메이트가 될 것 같다. 

잘 부탁드립니다. 합격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