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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설령 잘못된 기차에 올라탔다 하더라도

by 와락 2024. 2. 17.

 

마흔세 살이 되었는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다니,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다니. p127

- 사라진 것들 / 앤드루 포터 

 

 

 

나흘 간의 연휴가 끝이 났다.

빨간 날이 연달아 달력에 표시되어 있으면 직장인의 마음은 흐뭇하다.

어머니랑 극장에도 가서 요즘 인기리에 상영 중인 웡카도 보고,

앤드루포터의 신작 '사라진 것들'과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란 책도 읽었다. 

 

감자를 삶아 으깨면 퍽퍽해 지는데 자작자작 반 컵의 우유를 붓고 버터를 넣어주면 먹기 좋은 매시드 포테이토가 된다. 

갈라지고 부서져 있는 내 마음에 반 컵의 우유와 한 조각 버터와도 같은 연휴의 책들이었다.

 

앤드루 포터의 신간을 읽으며 몇 년전 그의 소설 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났다.

잃어버린 맛을 다시 찾기라도 한 기분. 

 

 

출근해서 밀린 메일을 체크하고 점심에는 고강도 운동도 하고 오고 

연달아 회의에 참석하고 해야 할 일이 밀려 있음에 한숨 쉬고 퇴근한다. 

 

한국 나이로는 마흔 넷인데 내가 타야 될 기차에 잘 올라타고 있는 것인가

굽이굽이 지나 온 시간들을 돌아보다 보면 "... 할걸..."로 끝나기 마련.

돌아보기보다 갈 길을 생각해 본다. 

 

 

체력이 가장 중요하니 운동도 빠뜨리지 않고

오후 4시 이후 출출하다고 쿠키를 집어 들기보단 반찬통에 담아 간 '당근'을 먹기

판교역에서 회사까지 걸어가기

나이 먹은 티 내며 에너지 쓰지 않기

어렵게 운동하며 모은 에너지를 나와 소중한 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 

 

설령 잘못된 기차에 올라 탔어도 

판단을 잘 하면 중간에 충분히 내릴 수도 있다. 

정차한다고 겁 먹지 말기. 

 

마흔 중반의 잃을 것도 많지 않으면서 두려움이 커져가는 나 자신에게 일러두는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