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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일의 척추 기립근

by 와락 2022. 5. 20.

 

 

 

 

어떤 신문기자가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에게 물은 적이 있다. 

"당신이 낭가파르바트 설산을 오르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메스너는 대답했다. 

"그렇게 묻는 당신의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의 대답에는 보통 사람이 쉽게 가지기 어려운 어떤 정신의 척추 기립근 같은 것이 느껴진다. 

- 김영민 / 공부란 무엇인가 - 

 

 

 

 

지난 2월 이후 90년대 감성으로 노트에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집에 굴러다니던 스티커도 내키는 대로 붙이면서- 

스티커를 고르고 붙이고 흐뭇해하는 이 루틴을 자기 전에 하는 중인데 만족스럽다. 

스스로가 대견하고 '오늘 하루 꽤 괜찮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짧은 단상을 노트에 끄적이는 수준이지만

신기하게도 그 날의 기억, 감정들이 고스란히 향처럼 남아 있다. 

 

 

회사에 이직한 지 3년이 흘렀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좇아 가느라 여유가 부족하고 

나이에 따른 책무가 느껴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라는 미션을 받아 수행 중인데 갈 길이 멀다. 

그러던 와중, 3년간 고민만 하고 시도는 못했던 청소 매니저 활동을 용기 내서 도전해 보았다. 

직접 앱에서 업무를 수락하고 교육받은 내용대로 현장에서 했는데 

끝나고 나서 뱃지도 받고 좋은 리뷰도 받았다. 

허리 한 번 못피고,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했던 덕분인데 다음 날 끙끙 앓긴 했으나 뿌듯함이 몰려왔다. 

 

복잡하던 머릿속이 개운해 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해 보면 되는 것을, 왜 그리 미뤘던 것인지. 

한결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리고 현장에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제안할 수 있는 거리도 생겼다. 

 

 

김영민 교수님이 <공부란 무엇인가> 책에서 이야기하셨듯 

'남보다 나아지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어차피 남이 아닌가.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실제 현장에서의 활동=공부를 통해 

자기 갱신의 체험을 시도해 보았던 것인데

잠시 잊고 있던 그 감각.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 나의 성장을 위해 내가 나를 돌보는 중이라는 삶의 감각'이

몸 전체에 따스하게 저미는 기분이랄까. 

 

 

 

스타트업에서의 3년 근속 

스스로 근사하게 축하를 해 주고 싶다. 

요즘 열심히 시청중인 드라마 '해방 일지'의 대사처럼 스스로 '추앙'을  해 본다. 

 

수고했어요. 고생했어요.
불완전하고 부족한 것을 최소한 알고(안다고 주장하고 싶다)
성장하려 노력하고 있는 건 좋아요.  
앞으로 좀 더 멤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줄여보도록 해요.
품위 있는 40대 중반을 향해 급한 성격 붙잡고 한 템포 줄여 천천히 가보아요. 

 

가끔은 애써 공부해서 자격증 까지 취득해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급함과 초조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프레임을 다시 짜고 지금의 업무에서 활용해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말이다. 

 

 

 

낭가파르바트 설산을 오르는 건 아니지만

루틴 하게 감사 일기를 쓰고

일에서의 경험을 자기 갱신의 체험으로 승화하고(진정한 멘털 승리)

조금씩 점을 찍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지도 못한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오십 대가 되어 

마흔둘의 나를 떠올리며 그땐 기운도 좋았지 ㅎㅎ 웃을 듯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흔 둘의 내가 꽤 젊고 활기차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