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by 와락 2011. 8. 16.

 

시경이는 오늘부터 어린이집에 입학(?) 했다.
이제 만 15개월인데, 너무 일찍 보내는 것은 아닌가 싶어 맘이 짠하지만, 엄마도 힘들어 하시고 두 달동안 아침마다 시댁에 가던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시경이 집에서만 있기 답답할 것 같아 남편과 고민끝에 결정을 했다.  하지만, 광복절에도 오후에 나와서 밤이 넘어서까지 일하고, 사실 지금 이 시각도 회사에 남아(내가 맡은 부분은 끝났으나 같이 하는 팀 프로젝트라 --; 별 도움 안되는 책임임감) 시경이를 돌보지 못하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그렇지만, 옆에서 꿋꿋히 일하고 계시는 팀장님을 보면-그녀의 아들은 16개월-나만의 일이 아니기에...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를 보면 저자는 결국 한국사회에서 워킹맘의 현실을 직시하고 슈퍼우먼이 되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전과 달리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설정하고 여유를 찾았다고 한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이유는 내노라 하는 의사로서 이러쿵 저러쿵 설교를 한다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두 아이의 엄마로 겪었던 고충을 마치 직장 선배 언니가 커피 한 잔 두고 마주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 해 주는 기분이 들어서일 것이다.


'무슨 일이건 그 중심자리를 아이에게 두자.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못하게 되는 일에 대해서는 미련을 두지 말자. 일단 생각이 한쪽으로 정리되고 나니 마음이 무척 홀가분해졌다. 덕분에 힘들고 지치기만 하던 직장생활이 한결 즐거워졌다. 매순간 경쟁의 연속인 직장생활에서, 전에는 무슨 일이든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면 그 뒤부터는 스스로를 여유 있게 풀어둘 줄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중심자리를 아이에게 둔다는 생각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리나, 막상 선택의 순간이 오면 늘 나는 고민하고 어렵게 결정한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결정하더라도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 '나만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가'라며 따져 묻기도 한다. 아이에게는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나의 존재감을 가장 표출할 수 있는 곳이-얼마나 사회에 큰 도움이 되는 지는 모르지- 현재는 내게 그것이 직장인 것처럼 생각된다. 가정 생활도 중요하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인식의 전환이 안되었다고 해야 할까.

지금 이 순간도, 별 도움 안되는 책임감으로 자리에 앉아 있지 말고, 임산부이니 배려 받으며 퇴근을 할 수도 있을터인데, 그러면 안될 것 같은 이 찝찝함 기분은 무엇인지, 정말 난 쿨하지 못하다.

주말에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긴 했는데, 아직도 나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그렇지만, 죄책감을 갖기 보다는 최대한 물리적으로 아이와의 시간을 많이 갖고, 집중해서 아이를 위해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여기까지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현명한부모는아이를느리게키운다
카테고리 가정/생활 > 자녀교육
지은이 신의진 (걷는나무, 2010년)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