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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by 와락 2019. 11. 20.

사람들은 대체로 그들 삶에 일어난 외부적인 사건에 따라서 행복함과 행복하지 않음을 표현하곤 한다. 본인들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행복한 이유를 설명한다. 삶의 부정적인 부분들을 지적하면서 불행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안에 담긴 가정은 외부적 사건이나 조건이 우리의 행복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중략) 연구 결과, 한 사람의 행복의 기질과 성향을 결정하는 예측 변수는 첫째, 자존감이고 둘째, 우리 자신의 외부적인 힘보다 우리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큰 부분이라는 믿음이다.

 

                                                                           <자존감이 바닥일 때 보는 책 / 너새닐얼 브랜든, 노지양 옮김> 

 

 

 

 

 

이직하고 만 6개월이 지났다. 비현실적인 신념과 막연한 기대, 무모함으로 무장한 채 이직을 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매우 다채로운 감정의 혼란 속에서 지냈으나 이제는 당당히 스타트업에 적응된 경력직 사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목표부터 정해 놓고 달려가는 사람답게 청소년상담사 2급 시험을 접수해 놓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보고 난 후에야 시험 공부를 하면서 

몇 번을 봐도 외워지지 않는 문제들 앞에 머리를 쥐뜯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면접을 준비중이다. 

 

스스로가 대견하고 기특했다.

마흔을 앞두고 동생이 매번 질책하는 대기업병(?)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20대 같은 패기를 다시 채운 내 자신이. 

속도는 전보다 느려졌지만, 전에 비해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내가 괜찮아 보였다. 

 

 

사람들을 만나 안부를 주고 받으며 이런 저런 대화 중

'아, 그런 일 하러 간 거야...' 라는 지나가듯 말하며 지그시 웃는 표정을 보니... 뭐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낯선 감정이 나를 붙들고 늘어져 괴로웠다. 

이전 회사의 동료들에서 보여지는 안정감과 명료한 소속감. 

그것을 내가 버리고, 새로운 곳을 향해 온 것도 나의 선택인데 

고작 예전 동료의 한 마디에 흔들리는 이 낮은 자존감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또 다시 찾아오는 익숙한 이 감정.

이거 '후회' 인가. 설마 또 다시 저울질의 시작인가. 

그 무한반복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하고 있는 내 자신이 지겹기도 하고

대체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지, 주말에 책을 뒤적이며 속상함을 달랬다. 

 

 

나보다 앞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동생이 그런 나를 보며 말했다.

언니 제시 몰라? '니가 뭔데 날 판단해' 

 

그 이야길 들으니 체한 듯 더부룩하게 위에 올려져 있던 묵직한 것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러게, 지가 뭔데. 입을 같이 삐죽거리며 방에 들어가 자리에 누워 내일 할 일들을 헤아리며... 

스스로를 위로 했다. 아 괜찮아. 이 정도면 괜찮은 거지. 

 

 

나이 마흔을 앞에 두고 있으니,

불혹의 와락은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선택에 책임을 지고, '행복하기로 결심한 사람답게'

'내 인생에서 좋은 것들은 무엇인지, 여기서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고민하려고 한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하니까. 적어도 여기에 써 두면 흔들릴 때 마다 이 글을 떠올리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