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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2023년 잠실 스타일런 12km 완주

by 와락 2023. 10. 18.

작년 손기정 10km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성취감에 기뻤는데 이제 12km는 어디 한번 달려볼까 마음이 든다. 후훗 오만해진 나님이여.

남편도 이번 대회는 같이 신청해서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하여 회사 동료 집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잠실 아파트는 좋은 곳이었다…) 석촌 호수를 건너 잠실 롯데타워 광장으로 이동.

행사를 알리는 사회자 소리. 함성. 비트 빠른 음악.
심장이 두근거린다. 달리기는 모두 함께 달리지만 주로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다.

배번표를 붙이려고 보니 전달된 옷핀이 없어 남편걸 빌렸다. 다행이다. 남편이 손이 많이 간다고 배번표를 다시 달아주며 투덜거리지만 못 들은 척했다. 달리기 직전 멘탈 관리도 중요하다.

이번엔 나눠준 반팔티셔츠 색깔이 주황색이라 받아보고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회장에 모인 사람들을 보니 온통 귤밭 같아 화사했다. 3월 동아마라톤은 공식 티셔츠가 검은색이어서 온통 까마귀 같았는데…
제주도 귤 모자도 쓰고 오신 분이 있는데 깜찍하고, 대회 전반적으로 젊은 느낌이랄까. 뉴발란스 대회도 나중에 꼭 신청해 봐야겠다. 이십 대 친구들 옆에서 뛰려니 기운도 얻고 활력이 더 생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평균 연령대를 높인 것 같아 약간의 미안함도… 어서 앞질러 가시게나 젊은이들.
남편은 유유히 뛰어갈 줄 알았는데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다정하게 옆에서 뛰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남편의 숨소리에 맞춰 내 평균 속도보다 좀 빠르게 뛰게 되었다. 1시간 30분 내에 완주해야 된다고 사회자가 엄포를 놨지만 귓등으로 들었는데 남편한테 속도를 맞추고 달리다 보니 가능할 것도 같았다.

올림픽공원 주변을 크게 두 어바퀴 도는 코스였는데 5km마다 급수대가 나왔다. 롯데 주최라서 그런지 생수와 음료 급수가 더욱 잦은 느낌. 덕분에 갈증 없이 편하게 뛰었다. 급수대 나올 때마다 그간 러닝 유튜버들에게 배운 대로 사람들 모여있는 급수대를 넘어 여유로운 곳으로 좀 더 뛰어가서 줄 서지 않고 마실 수 있었다. 사람은 늘 배워야 한다.
계속 속도를 낮추지 않고… 쓰고 보니 엄청나게 빠른 것 같으나 그래봤자 6분 57초, 혹은 7분 초반대.
달리는 데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아 달릴만하군. 오르막 지점에서는 늦어지긴 해도 7분 30초대를 유지하기도 해서 주변 환경의 영향을 엄청 받는 나 자신을 발견. 이후 하프 때는 완주가 목표니 페이스를 잘 고려해 봐야겠다.
9km 지점을 넘어 나오는 급수대부터 남편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은데 발바닥이 아픈 건가. 곧 뒤따라 올 것 같아 페이스는 유지하며 달렸는데 남편 말로는 골반통증이 와서 놀라서 잠시 걷다가 이후에 다시 뛰었다고 한다.

골인 지점에서 남편이 들어오는 장면을 찍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는지 놓쳐서 안타까웠다.

주자매 깨워야 해서 서둘러 집에 가느라 대회 뒤풀이는 감상하지 못해 아쉬웠지만(다이나믹 듀오는 보고 싶었…) 즐거웠다.

당당하게  달리기가 취미입니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곧 있을 손기정 마라톤 대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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