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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함께

아이들은 자란다7

by 와락 2016. 2. 6.


경은 올 해부터 주말에 캐나다문화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제주에서 올라 오기 전에 대기에 걸어놓았는데, 일년이 넘어서야 간신히 수업에 참여가 가능하다는.

봉은 아직도 대기 상태이다. 


토요일 오전 시간에

후다닥 준비를 마치고 광화문까지 와서 수업시간에 늦지 않게 아이를 들여보낸다.

의젓한 경선생은 수업에 방해 된다며 겉옷을 벗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테이블 위에 교재를 펼치며 수업들을 준비를 한다.

내 딸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침착할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다.  


강의실이며 통로며 바글거리는 사람들로 비좁은데

서로 어깨가 닿지 않게 비켜가면서 아이를 케어한다.

주말 반이라 그런지 아빠들의 참여도 많은 편인데, 대기실에서 아예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경이가 수업하는 동안 남은 세 식구는 교보문고에 가서 어린이책 코너를 둘러본다.

토요일 10시, 한적한 교보문고는 정말 쾌적하다. 

봉이는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쾌변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하고

방해 없이 내키는 대로 어린이책을 큰소리로 읽어달라고도 한다. 



봉이는 올 해부터 본격적으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난 해에도 'ㄱ'부터 시작하는 교재를 하긴 했으나 

남편의 예상대로 충실하게 수업을 한 언니와는 매우 달리 

오로지 본인의 '호기심'과 '만족'의 욕구에만 집중하는 주시성이라

지난 한 해는 일년 간 'ㄷ'를 깨우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고나 할까.

이제 믿을 수 없지만 6살이 되었으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남편은 한글 교재를 다시 꺼내 들었다. 


집에서 금지하는 매혹의 음식(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보상으로 걸면

경은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예상했던 시간 보다 빠르게 성취를 해내는데(기저귀떼기, 한글익히기 등등)

봉에게는 그 정도로는 어림 없는 터라, 이전과 다르게 보상의 규모에 대해서도 

일방적 통보가 아닌 당사자와 협의를 통해 정했다. 그 결과 보상은 집앞 호호카페에서 고구마라떼와 와플.

처음에는 동기 부여가 되는지 이틀 정도는 엄청 열심히 따라 하더니 

이내 지쳐 그림을 그리거나, 남편의 유혹과 협박의 멘트에도 굴하지 않아서

급기야 옆에서 지켜보는 언니를 복장터지게 만들었다. 동생을 가나다라 글자판 앞에 데리고가 직접 가르쳐줘도 

몇 번 따라하다 도망가기 일쑤. 

그저 기다려 주는 수 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한 주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여쯤 흘렀나. 

드디어 남편은 보상의 규모를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로 높이고.(봉이 정말 정말 좋아하는 치킨)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한 봉. 치킨을 시키기 바로 직전에서야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노트에 다 쓰기 시작함. 

마지막에 '차'가 생각나지 않아서 울며 포기하려 했지만, 남편의 끈질긴 독려와 힌트 덕분에 (자 위에 모자를 썼어)

'차'까지 써 내려갔다. '하' 마지막 글씨까지 쓸 땐 박수가 절로 나왔다 .

어리광으로 울며 넘어가려고 했으나 어림없다는 아빠의 매서운 자세에 놀라고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해내서 온 가족에게 치킨을 선물한 봉.


본인 스스로도 자랑스러웠는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외할머니에게 두 번이나 저녁은 치킨 먹을거라고 힘주어 말하고

네 덕에 맛있는 치킨을 먹는거야. 고마워. 다리는 너가 먹어라고 하자

어깨를 으쓱거리며 흥 많은 아이 답게 엉덩이를 씰룩씰룩.



가족에게 치킨을 선물한 시봉. 엄청난 성취감에 흡족한 아이.




언니는 이제 '수와 셈'을 시작했고. 주선생님의 지도하에 열심히 배우고 있는 학생. 



알파벳은 이전 유치원에서 배운거라며 즐겁게 써내려가고- 



요즘 부쩍 미에 대한 관심이 생긴 우리 시봉. 머리에 핀을 꽂으며 엄마 나 예쁘지?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는. 

언제나 본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 봉.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빛이 나는지-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 




키즈카페에서. 이모가 선물해 준 귀한 시간. 

판교키즈카페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지만.. 아이들이 좋다면야(끄응..)



그저 신이 나고. 뛰어라 팡팡. 즐거워요. 까르르까르르.


기품있는 숙녀로 커 주길 바래. 

차분하고 우아한 우리 딸. 



눈을 만지지 말라는 내 말에 두 손 모두 호주머니에 넣고 발로만 눈을 느끼는 경과 달리

손이 텄는데도 굳이 눈을 만져 보는 봉. 손 시럽다고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두 자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