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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안식휴가 2013년 7월, 한 달의 기록 3주간 비가 오지 않아. 누가 제습기만 사가지고 내려오라고 했나폭염주의보 제주. 그러나 하늘은 눈부시게 아름답기만 하고 오이같이 쑥쑥 자라는 아이들해변과 수영장, 집앞 분수대, 공터를 오가며 어설픈 전업맘으로 충실하게 보냈던 하루. 그리고수영복을 입고도 위,아래 가리기에 연연하는 아줌마가 되버린 나즐겁게 놀았다. 지루할 때마다 7월을 다시 떠올려보자. 2013. 8. 6.
서른살에 미처 몰랐던 것들, 김선경 안식휴가 마지막 날이다. 2013년 7월 한 달간 정말 후회 없이 놀았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20분간 달려가면 드넓게 펼쳐진 바다그늘막 텐트를 치고 가져간 간식거리를 먹으며 아이들과 모래놀이도 하고 바다에 들어가 덩실덩실 파도에 몸을 맡겨보기도. 아이들은 튜브 위에서 꺄르르. 둘째놈은 떨어질까 싶어 아빠 다리를 꽉 붙잡고.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시원한 맥주를 흘린 땀 만큼이나 벌컥벌컥 들이키고.문어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까무잡잡해진 서로의 얼굴을 보며 놀려댄다.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서울에 혼자 계신 시아버지 생각에 움찔하며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지금, 모래알 같은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놓치지 않기로. 이 작은 기쁨들이 쌓인 것을 작가의 말대로 행복이라 한다면나는 앞으로는 더욱 '제대로' 느끼고 즐기려.. 2013. 8. 6.
나만 몰랐던 이야기 아파트 동네 꼬맹이들이 모이는 곳, 일종의 아지트 같은 장소는104동과 105동 사이에 자리 잡은 평상이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이들을 앞세워 쭈뼛거리며 가니 엄마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아, 어색어색. 다행히 시경이를 봐주셨던 동네 언니 덕분에 어색하게 곁에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을 수 있었지만,어설픈 전업주부맘 코스프레는 쉽지 않다. 이 곳에서 우리 시경이는 동네 언니 오빠들과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여우야 여우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숨바꼭질까지. 101동 앞에는 지난주부터 분수대가 가동되었는데오후 3시부터 5시 사이에 아이들이 꺅꺅 거리는 소리로 아파트가 시끌시끌하다.회사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먹고, 때로는 멍하니 창밖 구름을 구경하던 그 시.. 2013. 7. 22.
오늘밤은 혼자여도 좋아. 라천앱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는 다운받아서 하나씩 듣고 있다.두 애들을 재우고, 혼자 작은 방으로 들어와 둘째 놈 기저귀를 사고,하루키 책을 읽다가 목이 마려워 물이 아닌 '맥주'를 꺼내와 한잔 들이키며 2011년 10cm가 나온 커피포트페스티벌 편을 키득키득 거리며 듣고 있다.희열옵바 정말 사랑해요. 부디 계속 그렇게 귀엽게 늙어주세요. 진짜 휴가를 보내고 있다.아침에 여유롭게 애들을 깨워서 밥 먹여 보내고, 회사 다니는 동안 못다한 은행업무, 건강검진, 자동차 수리,기타 잡다하고 소소한 일들을 하나씩 해치우면서, 주말마다 육지에서 내려오시는 손님(?)들도 맞이하며 보내다 보니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지나버린다. 하루키 책 어때?지난 주 제주도에 온 김자에게 물으니, 응 그냥 머 똑같지. 그렇지만 아.. 2013. 7. 18.
해피 패밀리: 우리도 관성일까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족이란, 누구 보는 사람만 없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들이다 - '가족'이란 존재에 대한 위선과 회의를 드러낸 소설들을 읽을 때마다 기타노 다케시의 말이 떠오른다. 내다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존재.핏줄로 엮인 거부할 수 없는 관계, 친근함이 당연한, 의무적으로라도 그래야 하는 관계하지만, 어쩌면 그건 우리를 지금까지 함께 살게 한 것은 '관성'일지도 모른다는.내 가족관계도 뒤돌아 보게 만든다. 여보. 우리도 관성일까? 세상에 금지된 것은 없다며, 치과의사 입을 빌려 저자는 말하고 있다.그렇지만 남매의 사랑은 글쎄.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손에 놓지 못하는 것은각 화자들이 토로하는 내밀한 속내를 읽을 수록, 마음대로 할 수 .. 2013. 7. 11.
제주도 푸른 밤, 우리들은 즐겁다 십년을 넘게 만난 우리 셋은 제대로 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학교 다닐 때는 내가 휴학을 하거나, 방황(?) 중이라 같이 여행을 가질 못했고,직장인이 되서는 각자 스케줄이 있어 매번 미루다가 겨우 1박 정도 레지던스에서 보내거나당일치기 하루 여행을 다녀오곤 했었다. 친구들이 내려오기 전부터 마음이 분주해졌다.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허약한 오양이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평소엔 아무렇지 않은 담담한 얼굴이지만매우 감정적인 정지가 괜찮아야 할텐데...오랜만에 내려오는 육지인들을 맞는 기분탓일까. 묻지도 않은 스케줄을 짜고, 추천맛집 리스트를 만들고. 다행히도 모든 게 좋았다. 밤바다를 보며 소주도 마시고, 모닝을 타고 거침없이 해안도로를 달리며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 부르고(차에서 뽀로로를 듣지 않아.. 2013. 7. 11.
안식휴가 D-4 다음주 부터 안식휴가가 시작된다.첫번째 안식휴가 때는 남편과 단 둘이 제주도로 '놀러'왔는데그로부터 5년 후에는 제주도에 '살면서' 휴가를 가게 되었다. 계획은 거창했다.연초에 캐나다 캘거리행 티켓팅도 해 놓고 도쿄를 경유할지 말지, 한달 간 머무를 아파트는 언제쯤 얻으면 될지 행복한 고민을 했었는데이렇게 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하지만대한민국 직장인이 한달 간 유급휴가를(출산휴가도 아니고) 받는 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물론, 나도 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시의 고성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포즈로 사진도 찍고 명품 아울렛에서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격으로 판매하는 '로망의 백'들도 사오고 싶지만, 그래 그건 '언젠가는'로 미루자. 안식휴가비는 엄마의 노트북과 형님네 호텔패.. 2013. 7. 3.
엄마 자리 다시 찾기 미운 네살우리 시경이도 예외가 아니다.요즘 부쩍 더 심해졌는데,어머니 돌아가신 후로는 내 마음 추스리는 것도 쉽지 않아 아이 마음을 전혀 보지 못했다. 안된다고 하면 무조건 소리를 지르면서 거세게 반항하고 그러다가도 갑자기 품안으로 파고 들어 안아달라고 하다 다시 또 소리를 지르고, 동생을 때리고 무엇이든 혼자 하겠다고 떼를 쓰다가 어린이집 차를 놓칠 뻔 하기도. 며칠 전, 시경이는 아주 진지하게, 엄한 목소리로 동생을 혼내고 있었다.'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어? 언니가 말했지. '찰싹 찰싹 손바닥으로 동생 얼굴을 때리며서 말이다. 처음에는 '그만 해'라며 말리다가 가만히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있노라니얼굴이 화끈거리고 입안이 씁쓸했다. 백퍼 내 미니미 주시경 아니던가. 제주에 오기 전 나는 아이가.. 2013. 6. 20.
스페어타이어처럼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길.덜덜덜. 예사롭지 않은 소리가 들리니 운전대를 잡은 손에서부터 식은땀이 나온다.길가에 세워두고 조심스레 내려서 살피니 앞쪽 타이어가 완전히 펑크나 버렸다. 이런 젠장. 왜 이럴 때 하필. 빨리 애 데리러 가야 하는 데. 하이카를 부르고, 남편에게 연락하고, 회사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내니애조로 달리다가 그리 되지 않은게 다행이란 말에 또 가슴이 철렁.한 순간에 짜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하이카에 연락하고 차에 앉아 아이들 봐주시는 분께 양해를 구하고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면서 멀뚱거리며 앉아있다 보니이런 저런 생각들이. 약 3주째 매일 저녁 '숲속의 오로라 공주'를 읽으며 '짜요짜요'를 한 개 더 먹겠다는 3살, 4살 아이와 계속 줄다리기를 하며보내는 단조로.. 2013. 6. 13.
오직 우리 셋만이 남편의 졸업논문 심사가 있었던 지난 주말장염에 걸린 경과 곧 장염에 걸릴 징조를 보이는 둘째를 홀로 돌본 만 48시간의 대장정이 끝났다.휴. 정말이지, 하얗게 불태웠어. 인내심을. "밥 먹어" "엄마 내가 지금 책 보고 있잖아." "밥 먹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엄마!. 내가 지금 책 보고 있따고 말했 찌. 지끔 숲속의 오로라 공주 읽고 있다고 했찌!""셋 까지 세서 안오면 버린다.""악~~~~~~!.""너 이리와" 이런 대화 패턴은 식사시간 외에, 씻을 때, 옷입을 때 일상생활 모든 곳에서 반복되는데.나중에는 꼼지락 거리는 모습만 봐도 속이 부글거린다. 영락없이 나의 미니미인데, 정말 미추어버릴 것 같다. 그러다가도, 내가 슬퍼하는 표정이거나, 미안해하며 자책하면다 알고 있다는 듯 어른같은 표정.. 2013.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