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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시는 대로 믿고, 기도하고 "제가 암 판정을 받은 뒤 많은 교우님들이 저를 위해 걱정해 주고 계십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제 나이 올해 우리 나이로 65세입니다. 생로병사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의 일생 가운데에 이런 과정이 다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인생 종반부를 맞는 제게 하나님께서 적절한 벗을 제 몸에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제 평생 암을 동반자 삼아 살아가야 하는 저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게 제 인생을 매듭지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제 인생을 겸손하게 매듭짓고 제 목회 생활을 겸손하게 매듭짓는 것이 100주년기념교회에도 덕이 되고 유익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 처와 저는 이런 복된 상황을 주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우님들께서도 걱정하지 마시고 .. 2013. 5. 30.
따로 또 같이 시경이는 친정 집에 맡기고, 시성이만 데리고 내려왔다.비행기에서 연신 땀을 흘리며 칭얼대는 작은 아이 덕에, 허리를 살짝 세우기만 해도 뻐근하지만.도착하자마자 난장판이 된 집을 빠르게 정리하고 밥만 지어 간단히 저녁을 먹이고 따뜻한 물에 깨끗하게 씻겨 품에 안아 재우니 곤히 잠이 든다. 수요일, 남편의 전화에 두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중환자실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후회와 기도, 한탄, 자책을 번갈아 가며 하다가겨우 눈을 껌벅이고, 천천히 자극에 반응하며 조금이나마 의식을 회복한 듯한 어머니를 뒤로 하고 내려 왔다. 아버지는 이제 그만 울자고, 어머니가 다 들으시니 좋은 말만 하고, 희망을 가져보자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처럼 어머니는 조금씩 발가락도 움직여 주시고, 미간도 찌뿌려보고 본인이 할 수.. 2013. 5. 12.
버티기, 받아들이기,익숙해지기 지난 주 남편이 서울로 올라간 이후로,직접 회사까지 차를 몰고 출근하고 있다. 주차는 여전히 어렵고, 진땀이 나고 차선 바꿀 때 마다 심장이 콩닥거리지만그래도 지금 또 주저주저하면 계속 하기 어려울 것이니, 비장하게 핸들을 잡는다. 아침에 두 애들을 깨워 밥 해 먹이고, 씻기고, 느닷없이 발레복을 입고 가겠다는 큰 아이와 실랑이 하다,둘째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응가포스가 나오면 잠깐을 외치며 변기 위에 앉히고, 이리 저리 허둥대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두 아이를 어린이집 차에 태운다. 조급함이 얼굴에 그대로 씌여 있는지, 선생님들은 어서 들어가세요. 라며 되려 인사를.두 아이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하는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황급히 올라와 난장판이 된 집을 정리하고 청소기 밀고 바로 출근. 얼.. 2013. 5. 6.
한 번에 한 단어씩 토크쇼 진행자가 스티븐 킹에게 어떻게 글을 쓰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한 번에 한 단어씩 쓰죠." 진행자는 그 대답에 당황했을지 모르지만, 스티븐 킹은 그 말을 농담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는 "한 페이지짜리 소품이든 삼부작 같은 대작이든 간에, 모든 작품은 한 번에 한 단어씩 써서 완성된다."는 소박한 원칙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 윤성희 '만약에? 왜? 과연? 중' 제주에 온지 삼일 후면 만 3개월이다. 이제, 좀 적응이 되었을까 싶은데, 서울에 계신 시어머니는 수술을 하시게 되고, 가족 모두 마음을 졸이며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남편은 헤드헌터의 요청으로 큰 기대 없이 지원한 회사에서 '면접'을 보자고 급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당일치기로 올라갔고, 나는 계속 말 그대로 멘붕상태.. 2013. 4. 19.
절룩거리다 마을버스처럼 달린다 스끼다시 내 인생 남편은 피곤한 하루를 치맥으로 마무리 하고는 곯아떨어지고, 아이들은 뒤척거리다 팔베개(좌 시경, 우 시성)를 하고 잠이 들었다. 잠든 모습은 너무 예뻐. 몸을 조심히 틀어 팔을 빼어 내고,귀여운 엉덩이도 살짝 두들겨주고. 이 기분 좋은 뻐근함. 덕분에 내 팔은 점점 두꺼워지지만. 낮에 믹스커피와 아메리카노를 먹어서인지, 분기에 한 번씩 먹는 치맥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부엌장 깊숙히 남편이 아끼고 아껴놓은 발렌타인30년산을 바라만 보고,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테레비도 없는 우리 집 책을 넘기다, 트윗을 보다가, 막 아무 이야기나 쏟아내고 싶은 생각에, 하지만 막상 또 이 시간에 전화 걸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이렇게 부엌테이블에 앉아 놋북을 키고 끄적거린다. 이사 온지 두 달 남짓 회사 일은.. 2013. 3. 16.
제도의 노예와 사랑의 주인, 그럼 나는? "연애는 화려한 파탄을 남기고 결혼은 남루한 일상을 남긴다" - 은희경- "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로 변질되기 쉬운 것이 결혼이다. " - 김소연- 링크 일요일 오후부터 화요일 저녁 이 시간까지(두 아이와 남편은 잠이 들었고, 나는 퇴근하자 마자 세탁기에 넣은 빨래가 다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저 두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돌고 있다. 친정어머니가 시원섭섭(9:1의 비율)해 하시면서 올라가신 후로, 남편과 나는 육아공동체로서의 동료애(?)를 불태우며 지내는 중이다. 어머니가 가신지 겨우 몇일 지났을 뿐인데, 체감 시간은 보름 이상 지난 느낌이랄까. 책이라도 보려고 자리에 앉았다가 내일 아침에는 무슨 반찬을 하나, 냉동실에서 가재미.. 2013. 3. 5.
결혼 5주년 2월 23일, 토요일 오전에 결혼한 우리는 5년 만에 아이 둘을 데리고 제주에서 살고 있다. 5주년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던 건지, 몇 주 전부터 결혼기념일에 대한 알람을 주던 남편은 예상과 다르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나는 전부터 계속 블링블링한 그것을 바라고 있다!- 당일이 되서야, 느긋하게 '어딜 갈까?' 내게 물었다. 친정엄마가 주신 3시간의 자유시간. 지난 번 도전했다가 실패한 서귀포 '안트레'에 가서 돈까스를 먹기로 급 결정. 결혼기념일이 되서야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걸 사주는 매우 자상한 남편으로 잠시 돌아온 그 덕분에 오픈 30분 전에 도착, 대기표 1번을 뽑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나눠마시며 올레길을 거닐고, 바다를 배경으로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었다. 늘 사진을 찍지만, 피사체가 무엇이라.. 2013. 2. 25.
일주정과 친구들 설 연휴 뒤로 하루를 더 휴가 낸 게 살짝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아직 손에 붙지 않은 일 더미에 쌓여 정신 없이 보낼 하루가 걱정되서 오전 7시 20분 셔틀을 타고 출근했다. 8시부터 바로 결재 내역들을 확인 하고, 품의를 쓰고, 계약서 현황을 정리하고, 메일을 보내고, 10원이라도 더 네고치려 하는 이 모든 것들이 이미 베테랑인 다른 팀원분들에게는 '일상'이 되었겠지만, 나는 하루 하루가 참으로 길다. 그리고 오늘 집에 돌아 오는 길, 흔들리는 셔틀에서 트윗을 보다가, 여준영 대표님의 '일주정'이란 멘션을 보니 그간 나의 일주정 친구들이 생각났다. 남녀를 불문하고, 일로 맺어진 끈끈한 연대. 상사 혹은 외부업체에 대한 깨알같은 뒷담화,너만 알고 있으라 했던 비밀이지만 다음날이면 나만 알면 다 아는 소문.. 2013. 2. 14.
이사의 미덕 이사의 미덕은 모든 것을 '제로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네 사람들과의 교제, 인간관계, 그 밖의 여러 가지 일상생활의 잡다한 일들, 그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말끔히 소멸해버린다. 이때 맛보는 쾌감은 한 번 익히고 나면 평생 잊을 수 없다. - 무라카미 하루키- 이사 온지 보름 정도 지났다. 흥분을 가라앉힐 틈 없이, 이삿짐을 정리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나니 남의 집 같이 느껴지던이 공간이 이제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음씨 좋은 주인분들 덕에 전에 있던 집에서도 우리는 잘 지냈던 편이지만,매번 밤마다 주차문제로 은근 스트레스 받던 남편은 곳곳에 비어 있는 주차공간을 보고 해방감을 느끼고,나는 비록 앞집 아파트 베란다가 보이지만 적어도 벽보단 낫다며 '뷰'가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고,엄마는 윗풍이 없어 .. 2013. 2. 9.
뜨거운 안녕, 다시 출발 비슷한 시기에, 김자도 나도 한남을 떠나게 되었다.나는 내부 트랜스퍼를 통해 제주도로 이사하고, 그녀는 회사 셔틀 버스 노선표도 대외비라며 비장하게 메일을 준다는 국내 굴지의 S그룹으로. 우리의 우정을 키운 건 8할이 메신저였다. 사내 메신저, 네이트온, 마플까지.PC와 모바일을 오가며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이야기를 쏟아 낸 우리는 술 한잔 제대로 하지 못하고회의실에서 수줍게 선물을 주고 받으며 뜨겁게 안녕했다.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 잘 가라고 등을 두드려 주다가 얼굴을 붉히며 눈물을. 친했던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퇴사 메일을 받으며 묵묵히 그들의 등을 바라 봤지만이번만큼은 그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나도 떠날 수 있어서. 우리의 우정은 앞으로도 진행형이지만,.. 2013.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