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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조짐은 있었지만, 이 정도 블록버스터급일 줄이야.여름휴가 3일 보내고 오니, 팀은 폐지되었고, 나는 덩그러니 다른 팀으로 이동되었다.7여년간 해오던 일과 공식적으로는 결별. 새로운 팀에서의 도전.그래도 그동안 해왔던 일인데, 전에 맡았던 업무 파일을 훑어보며 잠시 센치해졌다가퍼즐이 맞춰지듯, 나의 이동 역시 나를 위해서라고 포장은 하지만, 그것 역시 누군가의 입김에 의해서라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어보고, 애니웨이 이러나 저러나 잘된 일일 것이라 스스로 다독인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 아닌가.그럼 내 운은 어디까지인가.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자리 이동 전이라,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같이 일하던 동료들의 옆 자리가 어색하기만 하다.빨리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 같은 강박. 금요일 오후 4시 58분퇴사는 .. 2012. 8. 3.
엄마와 연애할 때, 임경선 그녀의 새 책이 나올것이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은둔형 라천민때부터 그녀의 팬이 된 나는, 소심하게 러패를 오고가며 근황을 살피고매주 업데이트 되는 칼럼과 윤서이야기를 꾸준하게 읽고 또 읽고 있었으니 말이다. 알라딘에서 예약주문하면 -물론 나는 발행 첫날 바로 교보문고로 달려가 사 읽으려 했지만-친필 사인이 포함되었다는 말에 혹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 냄새를 맡으며 사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하루를 기다려 새 책을 받았다. 그리고 뿌듯하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딸을 낳아 기르는 엄마로서의 내밀한 과정을 일반적으로 볼수 있는 매우 계몽적인 육아서와는 다르게 아이 중심이 아닌 엄마, 한 여자, 사람으로서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연년생 두 딸을 양육하면서 하루에도 열 두번 자아분열을 하는 나로서는 이제 고요한.. 2012. 7. 25.
질병계의 부르조아 달각달각동그란 배 위에서 사원증과 목걸이가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둘째를 낳은지 만 8개월이 넘었지만, 태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복부의 지방들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나를 닮아 뻔뻔함만 익혔나보다. 종합검진결과가 나왔다. 헤모글로빈 감소, 약간 빈혈소견, 2~3개월 추적관찰요망역류성식도염, 알카라인 위염, 만성위축성 위염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 양성, 산부인과 전문의 진료요망심전도 동성부정맥 추적관찰 요망요추골 골감소증 T value -1.3, 대퇴골 골감소증 T value -1.1 운동,식이요법, 필요시 약물치료 우리 엄마에 비하면나는야 질병계의 부르조아지만,두 아이를 낳고 급속히 허약해진 나의 뼈와 2년간 배려심 없는 주인 덕에 면역력이 바닥을 친나의 슬픈 자궁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속상했다.. 2012. 7. 24.
작지만 확실한 나의 행복. 내가 좋아하는 세 여자의 신작 3권 하루키 아저씨의 에세이 2권 엄마와 연애할 때 / 임경선비행운/ 김애란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 노라 에프런우천염천 / 무라카미 하루키작지만 확실한 행복 / 무라카미 하루키 오늘밤에는 임경선님의 '엄마와 연애할 때'를 먼저 읽을 것이다.그리고, 노라 에프런 책을 살짝 펼쳤다가, 잠들기 직전에는 하루키 아저씨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뭔지 아주 조금만 알아볼 계획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작가님들은 모르겠지만,난 이런 분들이 계셔서 참으로 좋다.나의 소박한 일상에, 무한한 행복을 주니까. 게다가 내일이면 24주만에 무한도전도 방영하지 않는가.꺅. 너무 즐거워지는데.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거야? 2012. 7. 20.
당신이 뭔데 내 행복을 결정합니까 내가 좋아하는, 즐겨보는 난다 작가의 이번 웹툰을 보고 나니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듯. 내가 무심히 내 뱉은 말들.그리고, 나를 위해 참을 수 없는 오지랖을 펼쳤던 사람들. 난다님 말대로 하는 사람에겐 조언. 듣는 사람에겐 훈계. '정말 당신이 뭔데 내 행복을 결정합니까' 라고 되받아쳐주고 싶었지만,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그리고 막상 그들은 걱정이라고 해 준건데,너무 예민한게 굴어버린 내 자신이 민망해 질까바꿀꺽 목구멍 깊숙히 삼켜버린 말들. 정말 가끔은 말이죠. 아웃오브안중 해주세요.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요즘 들어서 내가 펼치는 전방위적 오지랖을 생각하면아오. 부끄러워. 꼰대처럼 살지 말자.괴물이 되지도 말자.상콤하게 웹툰을 열었다가, 끔찍한 나를 뒤돌아 보며 무겁게 시작하는 금요일그래도 난.. 2012. 7. 20.
잉여력 충전 비 오는 일요일 오전 매주 찾는 스타벅스 실내가 조금 바뀌었다. 우리가 즐겨 앉던 창가 3인석 테이블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소파가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창가 테이블에 사람들이 너무 오랜시간을 보내고 있어 회전율을 높이기 위함인가. 아쉬움을 달래며 우리는 뻔뻔하게 4인 테이블에 앉았다. 그나마 빛이 들어오는 자리라서. 남편님이 시킨 바닐라라떼 "엇. 오늘은 다른날 보다 좀 덜 달아요" "그건 그 동안 당신이 쇼트만 먹어서 그래. 오늘은 톨 시켰어" "올. 스타벅스 라떼 인사이트 돋네요. 역시 VIP라 그런가요" "후후. 난 골드" 별 쓰잘데기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누가봐도 교회 형제자매님으로 보이는 일행이 들어오자 그들의 열정적인말씀나눔에 동참하고 싶지 않은 우리는 .. 2012. 7. 15.
오늘 서울 하늘은 흐림 장장 77페이지 보고서를 앞에 두고 야근을 하려니 갑자기 허기가 졌다. 그렇지만, 구내식당에 친절하게 소개된 미국산 닭고기로 만든 매운닭갈비 따위는 먹고 싶지 않아 마플로 저녁드실분을 모집하니, 팀장님이 치맥을 권하신다. 잠시 망설이다가, 1시간 내에 깔끔하게 먹고 오자는 제안에 발길을 재촉. 가지 않겠다는 동료 등을 떠밀며 move move. 후라이드 하나, 양념 하나. 생맥을 말끔히 비우고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팀장님이 (혹 팀장님이 아닌 그 누구라도)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나이,즉 연차가 되었다. 제때에 리포팅하고, 데이타에 담긴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하는. 시키는 일만 해도 칭찬을 받고, 혹은 혼이 나는, 그런 시기는 지났다. 아주 예전에. 업무실력도 연차에 비례했는가. 그.. 2012. 7. 11.
일요일 오전 11시 일주일 중 내게 가장 소중한 한 시간. 아홉시 예배를 마친 후 시경을 유치부에 맡기고 시성이를 유모차에 태워 스타벅스에 온다. 남편은 대놓고 나에게 '된장녀'라 하지는 않지만. 나같은 뇨자들 땜에 스타벅스 커피 값이 비싸다며 핀잔을. 하지만 상관없다. 고작 일주일에 하루. 이 시간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조차도 남편님의 공부를 위해 꼬맹이를 재우는 일은 나의 차지가 아닌가. 일요일 오전 11시. 바닐라라떼. 그리고 이 장소-특히 창가 테이블-이 나에게는 몹시 중요하다. 책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시성이가 잠들지 않아 안고 달래기도 하고.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의식하지 않은 척 하면서도 옆 테이블 남녀의 대화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 창문 밖 광경에 빠져들기도 하고. 달리는 차... 2012. 7. 8.
후덥지근한 토요일 남편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사리 수영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아마 지금쯤 동호회 회원들끼리 간단한 점심을 먹고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며 스트레칭을 하거나 잡담을 나누고 있겠지. 미리 알고 있었던 토요일의 스케줄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부아가 치민다. 쿨한 아내 코스프레는 때려치운지 오래. 시성이는 입을 반쯤 벌리고 잠이 들었다. 자는 아이를 보는 순간 만큼은 내 인생이 제법 가치 있게 느껴지고 남과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 문제는 이 순간이 굉장히 짧다는 것이지만. 알랭드 보통의 새 책 '사랑의 기초'를 보다 보니 이런말이 나온다. '침대 시트가 말끔히 정돈 되지 않듯이, 결혼 생활 역시 어느 한 가지를 완벽하게 만들거나 개선하려 들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한 귀퉁이의 구김살을 펴려 하면 다.. 2012. 6. 23.
복귀소회 6개월 나에게는 그리 짧지 않았던 기간임에도 나의 복직에 '아니 벌써?'의 눈길을 보내던 사람들이 대다수. OO님으로 호칭하는 회사라 내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불러주니 (좀 과장하면) 눈물이 나올만큼 감격스러웠다. KT에서 2주에 한번씩 스마트폰 교체 하라며 전화올때만 들어봤던 '님' 아닌가. 숙제를 일찌감치 끝내고 놀이터에 달려가는 친구 보듯 둘째를 낳고, 회사에 복귀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해서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우쭐해졌다. 게다가 모유수유와 육아로 살이 좀 빠진 나를 보고 '말랐다'라는 말까지 하자 조금 귀여운 립서비스임을 바로 깨닫지 못하고 하늘로 '날아갈 뻔' 촉이 많이 떨어졌음을 뒤늦게 인지... 애니웨이 올웨이즈온. 내가 가는 곳곳 마다 주시경의 흔적과 공작이 .. 2012. 5. 26.